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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 머무는 자연스러운 집


BY 들꽃편지 2001-11-30

들꽃이 머무는 자연스러운 집

바다가 보이는 찻집에 앉아 있었어요.
창과 마주 앉은 이층...

창 아래엔 바다로 향한 오솔길이 놓여 있었고,
그 오솔길 아래엔 바다가 살고 있었어요.

끝이 보이는 가을의 흐린 바다.
겨울의 시작 앞에서 돌아돌아 가던 산길이 있는 섬.

찻집 이름이 뭐드라?
'노을이 머무는 아름다운 집'
온통 통나무로 지어진 찻집.

내겐 꿈이 있어요.
작은 시골집에서 사는 거
흙집이라도 좋고..
돌담이 있으면 좋겠어요.
집 주변엔 온통 들꽃을 심겠어요.
들꽃 그림을 그려 액자를 만들고
들꽃엔 관한 산문을 쓰고...

바다가 보이는 찻집에 앉아 온통 이런 꿈만 꾸었어요.

가까이 오솔길도 만들고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 또랑이 흐르면 좋겠어요.
또랑가엔 그늘을 만들 수 있는 나무를 심고
물가에서 잘 사는 풀도 심겠어요.

싸리문을 만들고...
사실 문은 필요하지 않지만 분위기 삼아 작은 싸리문이면 좋겠어요.

돌담을 만들고...
사실 담은 필요하지 않지만 덩쿨들을 올리기 위해선 돌담이 좋겠어요.

창이 넓으면 좋겠어.
문창호지 덧문이 있으면 될거예요.

창가엔 이끼낀 화분이 좋겠어요.
겨울에도 푸르른 이끼를 창틈에 올려놓고
눈 내리는 뜰을 볼거예요.

개도 키울거예요.
지금 키우고 있는 멀건이와 함께
하얀 쌀 개를 키울거예요.

고양이도 키울거야.
얼굴을 비비는 애교스런 고양이를 두 마리 키워야지요.

그림을 그리는 딸 아이가 옆에 있으면 좋겠지요.
집을 수리할 때가 있거나 나무로 만든 가구가 망가질 때
투닥투닥 고쳐주는 아들이 같이 있으면 더 좋겠지요.
내게 한달에 한두번씩 찾아오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도 꼭 필요할거예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바다가 보이는 찻집에 앉아 줄 곳 이런 꿈을 얘기했어요.
옆에 앉아 레몬차를 마시던 친구는 웃기만 하더군요.
치....

비가 그친 창.
흐린 바다가 보이는 찻집....

들꽃이 머무는 자연스러운 내 꿈을 꾸었어요.
언제나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