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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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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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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 유~


BY ggoltong 2001-11-26

결혼하고 나서 가장 아니다 싶은 게 있다면
바로 허리부근에서 윙윙 지상을 바라보고 있는
우주선둘레의 살들일것이다.

며느리는 요사이 살이 찌는게 심상치가 않다.
더우기 임신중에는 무려 십오킬로까지 찌는
사람이 있다는데...은근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누드가 불안해보이기까지 하다.

여전히 친절한 그녀의 남편.
서서히 배가 불러오는 그녀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그녀배는 달을 닮아갔고
그녀 아기가 원하는 음식은
퇴근길에 꼬옥 준비해서 그녀앞에 대령했다.

에어콘 팡팡 틀어대는 삼복이 왔다.
그녀배는 보는 사람이 힘들 정도로
많이 불러왔으며 그들은 곧 부모가 될 준비를
기쁜 마음으로 했다.

그날도 그녀는 그토록 물렸을법한
순대를 애원했다.
남편은 순대 한아름 안고 그녀의 식욕을
채워줬으며 자기 전에는 시원한 아이스크림 먹고싶다고
노래부르는 그녀를 위해 직접 팥빙수를 만들어
바쳤다.

새벽 두시쯤 되었을까..
자기 전부터 어째 배가 살살 아팠다.
이상하다..팥빙수먹은게 잘못됐나...

그녀는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육중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을 그렇게 여러번 다니는
동안 그녀 남편은 공자님 만나러 가느라 아내일랑
그저 잘자려니 코를 골고 퍼져있다.

설사할것 처럼 사르르 아팠던 배..
하지만 그렇게 변의감만 느낀채 잠만 설치고 있다.

시간은 4시로 향했다.
그녀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자꾸 배가 뭉치기 까지 한다.

그때 갑자기 뭔가 불현듯 생각나는 그녀!
아뿔싸...이건 배탈이 아니구나..

그녀는 남편을 깨웠다.
흠냐..흠냐..부채들고 공자만나고 왔을 남편을
있는 힘을 다해 흔들었다.

"여보..나 배가 아파..애가 나오려는것 같애.."
그녀의 말에 눈이 번쩍 뜨인 그는
이내 불을 켜고 옷을 입기에 바빴다.

"뭘 준비해야지? 자기야,뭘 준비하는거랬지?"
그녀 남편은 황급히 출산채비를 하려했다.
"내가 다 했어..저 가방만 들고 가면돼..."

그는 아내를 부축하고 차로 갔다.
그리고 차 시동을 켬과 동시에 자신도 모를
초조함이 안전운전을 방해했다.

"자기야..조심히 운전해..무섭단 말야..아아...악~!"
그녀는 진통이 올때마다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도무지 초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그녀 남편..
그녀가 아악~소리를 지를때마다 엑셀이 절로 밟아졌다.

이윽고 병원에 당도한 두사람.
간호사의 부축을 받고 그는 분만실 앞에서 기다렸다.
그렇게 세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바로 응애~나올줄만 알았던 아기가
적어도 세네시간 후에나 나올거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덜컥 겁이 났다.
'도대체 얼마나 아파야 애를 낳는다는 거야...'
진통은 점점 더 강하게..그리고 짧게 그녀를 괴롭게
하는데 그녀 곁에는 손붙잡아줄 이가 아무도 없었다.
'정말로 외로운 싸움이구나...'

그녀가 온지 한시간쯤 지나서 왔던 산모는
소리 두어번 지르더니 쑤욱 아기 낳고 병실로 올라갔다.
그녀는 그 용감한 산모가 부러워 미칠지경이였다.
나도 저렇게 빨리 애를 낳고 이 곳을 탈출하고 싶다...

산고라는것..
이거 장난이 아니였다.
이렇게 아프면 애가 나올법한데 아직도 아니라니..
그녀는 이러다 죽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간..호..사님..남..편 들어오면..안돼..요?'

그러자 냉랭한 간호사의 말.
"안돼요. 곧 아기 낳으시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땀이 비오듯한 그녀는 남편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어떤이들은 애낳을때 남편 머리를 쥐어뜯는다더니
그녀는 왜 이렇게 남편이 보고 싶을까...

분만실 대기의자에서 그녀의 출산소식만을 기다리는
남편과 그녀의 시어머니는 더운 여름날이 더욱더
덥게만 느껴진다.

"언제부터 아팠다던?"
"몰라요..흔들어 깨워서 보니까 배아프다고해서
병원으로 바로 왔어요. 정아는 배탈인줄 알았다고
하던데 잘 모르겠어요"
"첫아이라 늦는게다..너무 걱정하지마.."

그녀 남편은 손에 땀이 났다.
그리고 자신도 모를 어떤 초조함이 마음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한번씩 들리는 그녀의 비명소리.
이러다 부인잡는거 아닌지..별의별 생각이 다났다.

분만실에 있는 그녀.
하늘이 노랬다파랬다 정신이 없다.
땀범벅 눈물범벅 ..다시는 이런 고통 안겪는다 백번도
넘게 생각했다.
이윽고 분만실 의자에 앉은 그녀.
너무나 용감하게 머리가 큰 아이를 낳았다.

분만실에서 걸어나온 간호사
너무나 애타게 기다린 사람이다.
"홍정아씨 보호자~"
"아~네!! 접니다"
"공주님 낳으셨어요~"

그녀 남편.
아이가 아들이건 딸이건 그건 중요치 않다.
오직 그녀가 순산한것 만이 중요했다.
허나 그 옆에서 조금은 서운한 빛을 못감추는
그녀 시어머니는 울먹울먹 눈물을 흘리는
아들에게 뭐이런 일로 우냐고 등짝한대 툭 치고는
병실로 올라갔다.

병실에서의 상봉.
그녀는 사색이 되어있었다.
서로 얼굴을 보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울어버린다.
"자기야..힘들었지..?"
"응..자기가 너무 보고싶었다..얼마나 무서웠다구.."
둘은 시어른이 보건 말건 부둥켜 안고 울었다.

그러자 또다시 아들의 등을 한대 후리는 그녀의 시어머니.
"산모 울면 몸 붓는거 몰라? 왜 울고 그러냐~!
사내녀석이 눈물을 이런데 흘리고..쯧쯧.."

하지만 시어머니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와 그녀 남편은 그렇게 서로를 꼬옥 껴안고
아이처럼 울어대고 있었다.

"얼마나..무서웠다고...엉엉"
"그래그래..우리 다시는 애기 낳지 말자...얘만 키워..엉엉"

그 소리를 옆에서 듣던 시어머니
"잘한다~!잘해. 세상 천지 너희들만 애낳았냐?아들낳을때
까지 다섯이고 열이고 낳을생각은 안하고~!에이..못난놈"

울고있던 그녀는 그녀 남편에게 속삭인다.
"자기야..우리는 딸하나만 잘 키우는거지..?웅~!"
그러자 그녀 남편 눈물을 쓰윽 닦고
암~고개를 끄덕인다...

자기밖에 없어....
자기야..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