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어떤 맛이 나는 사람
바람이 한 번 휘 지나가니 낙엽이 우두두
차창으로 쏟아져 내렸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처럼
달리는 운전자의 품을 향해 쏟아지는 낙엽 문득
십여년 전 첫 기차를 타기 위해 대구역으로 향하던 택시
생각이 났다. 새벽 찬 바람에 휘 휘 하늘로 날아오르는
굵은 나뭇잎들 길 여기저기를 뒹굴던 낙엽들이
새벽을 가르는 택시의 돌연한 침입에 몸을 떨며 길 양쪽으로
비껴나간다. 희뿌옇게 동이 터오는 하늘 아래 낙엽의 소용돌이
그리고 때마쳐 울려퍼지는 저음 가수의 노래소리.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그 꽃말이에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선운사의 풍경이 머리속에 그려지면서
그곳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백꽃이 있을 것만 같은
감상에 젖었었다. 그날은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던 그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늦은 아침 기차를
타고 태종대로 향했었다.
10년이
지난 오늘도 태종대의 그 바닷물에 쓸려 미끈미끈 하던
돌멩이 보다도 귓볼을 간지르며 줄달음치던 바닷바람보다도
낙엽의 회오리와 선운사 동백꽃이 그리운 날이 더 많았다.
하지만 몇 년 후 찾아간 선운사는 내 가슴에
그려진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동백꽃이 뒷담을
채우고 있는 걸 빼고는 크게 다른 점이 없는 평범한 절.
차라리 가보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를 떨칠 수가 없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날이면 날마다 신문 지면을 채우는 인터넷의
만남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대하며 보이지 않는다는
세계가 만들어내는 상상의 허울을 실감한다. 또한 그런
것이 불신을 더 부축이기도 하지만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기억 되는
사람보다는 만나면 만날수록 새록새록 진한 맛이 우러나는
사람. 만나서 더 맛이 나는 사람들이 세상을 가득 메웠으면
시간의 흐름이 벌써 크리스마스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습니다. 겨울인가 하면 다시 봄날 같고,
봄인가 하면 다시 겨울을 실감하게 해주는 날씨 탓에 계절의
지루함을 비껴갈 수 있는 여유도 가져봅니다. 때론 사춘기
소녀의 변덕 같은 이런 변화가 즐거움일 수도 있다는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늘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들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저기 저 파아란 하늘처럼요.(파아란 하늘 보며
제 생각도 쬐끔은 하시구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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