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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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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64) *나른한 오후의 허브차 한 잔...*


BY 쟈스민 2001-11-22

발밑에 부딪는 빨갛고 자잘한 단풍이파리들
노오란 은행이파리들과의 첫만남으로 시작한 하루는
오후가 다 되어서야 안개를 걷어 내고 있습니다.

나른한 오후에 허브차 한잔 마셔봅니다.

나의 친구가 추위 많이 타는 나를 위해 준 것인데 ...
마실때마다 그 친구의 향기로움이 전해져 마음까지 편안하게
가라앉혀 주네요.

보아도 보아도 또 보고 싶은 사람...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 되어 보고 싶단 바램을 말간 찻잔위에
허브잎을 띄우듯이 그렇게 띄워봅니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냥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우정이라도 좋고
더 늦기전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고 싶어요.

마음속에 이는 바람이 아니고서도 지금의 자리에서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존재들을 찾아나설 수 있었으면...
좀더 넓은 마음으로 포용할 줄 아는 너그러움을 내 안 가득 찰랑일 수 있었으면 ...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휭휭 스치고 지나 내게로 오네요.

버젓한 가을여행 한번 못 떠났는데 정녕 가을은 그렇게 내 곁에서
멀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점점 비어져 가는 회색빛 도시의 가을이 주는 스산함으로
바스락거리는 빈 마음을 주워담기 위하여
한참을 그렇게 지는 낙엽아래서 서성거립니다.

페파민트의 알싸한 향처럼 싸한 공기가
다소 차게 느껴지는 오후에
따뜻한 차 한잔 앞에 두고 앉아
언제까지나 그리 앉아 있고만 싶어져요.

무언가 할일이 있음에도 한없이 낮게 가라앉고 마는
그것이 무엇인지 다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그 속엔 분명 어떤 기다림이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앙상한 나무가지위로 소담하게 흰 옷을 입혀볼 날을 기다리는 건지요.

첫눈오는날을 맞추어 보자고 이날 저날 말들하지만 전 그냥 막연한
기다림이 좋을 듯 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기다림을 남겨둘 수 있다는 건 그래도 즐거움이니까요.

그 기다림의 날이 온다면 전화선을 타고 날아든 목소리도 반갑겠지만
따뜻한 편지글 몇줄 쓸수 있는 마음이고 싶습니다.

그 마음 늘 새옷을 갈아입듯이 빨아서 깨끗하고 곱게 다림질하여
늘 정돈된 자리에 흐르게 놓아두고서 늘 처음의 그 마음으로
살아지길 바랄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무섭고 겁나는 건
아마도 자신의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을때가 아닌가 합니다.

정신이 바짝 드는 아침의 공기를 사랑합니다.

내가 온전한 나로 서서 하루를 버티어 살아낼 용기와 희망이 숨겨진 그 공기를
가슴 깊숙히 호흡할 수 있다는 것으로
또 하루를 살아내야할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나른한 오후의 허브차 한 잔이
마음으로나마 여행을 떠나보게 해 주어 참 고맙습니다.

코끝으로는 향기가 ...
혀끝에 감도는 쌉쌀함이 한데 어우러져 ...
꼭 우리네 삶처럼
내게로 와 있는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