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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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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부부 21 (국제모델)


BY 올리비아 2001-11-21

젊은시절부터 허파에 바람만 잔뜩든 이 뇨자..
대회라면 죄다 나가..볼.뻔.한 이 뇨자..

원서만 써놓고 호랑이 아버지보다 더한 한 고지식한
사학과 출신인 울 오라버니땜시 구겨버리기를 몇차례끝에

드뎌 울오빠 군대간후 난 친구와 둘이 기타하나 부여안고 교내가요제에
나가서 동상을 거머쥐고는 오빠한테 일방적인 통!보!편지를 보냈다.
(ㅋㅋ..어쩌겠는가 이미 상황 종료이거늘..)

오빠의 답장은 어색하고도 궁색한 칭찬을 마지못해 해주었다.ㅎㅎ
..동생이 뭇남자들에게 얼굴 팔리는게..어쩌구저쩌구..
하여간 축하한다...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것 같다..

이렇게 미련남은 각종 대회를 버리지 못하고 난 결혼후 6살 된
큰 딸애를 데리고 마치 내림굿이라도 하듯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를
데리고 나가게 되면서 그때.. 왠지모를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모든대회에 대한 정체성..애매모호한 심사..비리..
말로만 무성하게 들어왔던 그런 일들이 어린이 대회에서까지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난 물거품같은 허황을 서서히 져버리게 되었다..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쥐..ㅎㅎ)

그러던중..
9년전 남편의 사업상 미용 관계자분들과 유럽 미용헤어쇼에
참석차 영국을 가게 되었다..(그사업 망했당..ㅋㅋ)

우리나라 미용계에서 명성이 있는 몇몇분들과
남편회사의 주최로 헤어쇼에 참가할 국내 모델 세명과 함께
난 생전 처음 남편따라 외국을 얼떨결에 관광차 따라가게 되었다.

바로 내일이 월드 대회날..
호텔 연회장에 가보니 각국팀들 헤어쇼 전에 하는
각양각색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오프닝쇼 연습들을 하고 있었다..

왠만한 국내패션쇼 저리가라할정도의 화려함과 섹시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는 내게 남편이 급히 부른다..

"에이~ 왜그래.."
"너 이리 와서 이 한복 맞나 안맞나 함 입어봐라.."
"왜??"
"모델한명이 부족하다는데..너가 좀 해달란다...."
"뭐라구??미쳤어.."
"너 그런거 하고싶어 했잖아..함해봐..어차피 여기 아는사람도 없는데.."
(흠. 이곳에 아는사람이 아무도 없다고라~ 쩝..구미가 당기네그려..ㅎㅎ)
"구럼.. 나 모델료 얼마 줄건데.."ㅋㅋ
(사실 좀 많이 망설였다)

국내모델 세명외 현지모델 세명을 구하기로 했는데 촉박한 시간에
한명을 구할수 없게되자 갑자기 나보고 한복이 맞는지 입어 보라는 것이다.

@@ 기가막히구만..참내..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이 가져온 한복은 내게 맞았고
난 그날밤.. 졸지에 밤늦게까지 리허설하느라 무대서 진땀빼며
팔자에도 없는 모델 스탭 밞느라 말 그대로 쌩~쑈를 하고 있었다.

T 자로 되어있는 무대를 다른 모델과 함께 걸어 나가다
양쪽 T자끝에 각자 잠시서서 자태를 뽐내고 들어와야 되는것인데..

우와@@ 보기와 달리 장난 아니게 힘들었다..

그날밤 밤늦게 음악에 맞춰 스탭연습을 하고 호텔방에
들어와서는 난 그만 몸살로 침대에 쓰러졌다..

그렇잖아도 13시간넘는 비행과 과로가 누적되서는
한기로 몸을 떨고 있었는데 다행히 가져온 청심환을 먹고는
신기하게도 아침에 가볍게 일어날수가 있었다.
(그날난 새삼 우리의 한방약이 좋다는걸 새삼 느꼈다..)

구래서 난 다음날.. 드뎌 무대에 올라섰다..
바로 국내무대도 아닌 국제무대..ㅍㅎㅎㅎ

각국나라쇼는 가히 동적이면서 섹시한느낌이 아주 강했지만
우리나라쇼는 최대한 정적이면서 화려한 한복의 자태를 보여주는것이었다.

연노랑 저고리와 베이지색의 폭넓은 치마를 입고
갖은 우아를 뽐내며 뻔뻔히 무대를 유유자적 걸어갔다..
(어차피 나아는 사람 아무도 없겠다뭐~~험~~)

그 많은 관객들은 보이지않고 다만 어둠사이에서
빤짝거리는 후레쉬만 보였고 난 맞은편 상대와 음악에 맞춰
아주 우아한 걸음으로 천천히 무대앞 양끝을 향해 걸어갔다..

드뎌 T자 양끝에 도달해서 맞은편쪽 상대자를 슬쩍 훔쳐보니..@@
헉..뭐여 ..이미 내가 먼저 도착해 서 있는게 아닌가..
에구 @@- -;;(좀 천천히 걸을걸..어제 연습대로 걸었는데...흠마..)

상대방보다 3초정도 먼저온 난 어색하게 씨~익 웃으며
서있자 아래서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저소리..

"원더풀.~~"
흠머@@..이거 내가 아는 영어인데...더블유.오.엔.디..그거그거..ㅋㅋ
(원더풀~~..훌륭하다 멋있다..이뜻 아닌감..흐미..^^;;)

마음 같아선 동방예의지국 모델답게
"땡큐땡큐~" 하며 일일히 나가 손이라도 마주잡고
정중히 인사라도 하는게 예의인 줄 알지만서두..ㅎㅎ

중전마마의 체통을 지켜야 됐기에..험...
(머리에 이거저것 달고 있는 중전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나의 그런 어색한 미소가 후에 남편말을 들으니 객석에서는
아주 여유있는 미소로 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게 아닌가..ㅋㅋ
꿈보다 해몽이라더니참내.... (*팔려서 웃었구만..)

마지막 휘날래..태극마크있는 부채를 관객에게
던져 주면서 나누어주니 좋아 죽을라 그런다..
에구..동서막론하고 공짜는 다 좋아하는갑다..ㅎㅎ
(우리나라는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데 여긴 코가 커지나보당)

지금도 어느미용실에서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그장면..
혹여 ..저를 기억하시는분 계시면 연락주세여..^^

"너 소원풀었네?"
"핏..별것도 아니구먼뭘..난 아무래도 외국무대 체질인가봐..ㅋㅋ"
거기서 나를 인정해주는소리..들었쥐? 원더풀~연발한거.."
"참내..한복이 원더풀이었겠쥐??"
"뭐라구?? ..어울렸으니까 원더풀이쥐~흥!!

한동안 난 집에와서 시댁친정식구들한테
국제모델소릴 들어야만했고..집안의 스타탄생 예고를 알리는듯하더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뭔가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모델료도 못받은 사람이 과연 모델자격.. 있는겨..없는겨..ㅠ.ㅠ;;

아무래도 안돼겠다..다시 재도전이다!!
(꺼져가는 허파에 재기의 바람이??..이론...ㅋㅋ)

험..20년후를 더 기다려보자... 혹여 누가 아냐..
점점 노령화되는 이시점에서
미스코리아가 아닌 미세스 그레이를 개최할지....ㅎㅎ

그날을 위하여!! 화이팅!!

아컴 아줌마덜~~ 우리
Mrs.gray 그곳에서 뽀~아~여~^^

--이상..국제모델.. 올리비아였씀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