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정부가 자녀 1인당 출산 양육비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9

변두리에서 삶의 이야기 (11)


BY 영광댁 2001-02-07


징검다리 시간을 건너가며

궁뎅이가 따끈 따끈한 이웃집에서 놀다가도 창문으로 기울어져 들어오는 붉은 해를
마주하고 돌아가야겠다고, 말을 앞선 생각이 햇빛에 가 닿을 무렵의 해걸음에
두 아이를 통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혀두고 집으로 돌아 오고 있었다.

겨울 풍경이 스쳐지나간다.

아이들은 간밤에 내린 눈발 아래서 흥겨워 했고,
아이들의 모습을 창문으로 내다보며 설움 토해내듯 간혈적으로 시야 가득히 바람에 날리는 눈발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와야 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와 오라버니는 집안 어르신 이장 문제를 놓고 이야기 하시더니 땅 자리를 잡으러
지관을 앞세우고 차를 몰고 나가셨다. 어머니를 따라 가듯이 눈발이 앞을 가리게 내리고
목이 묶인 벅구는 눈만 껌벅이고 비스듬이 누워 있는데 아이들 귀에 눈내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네 명뿐인데 저토록 흥겨울까.

시어머니 땅에 들러 내집에 오겠다 하니 시어머니께서 아침밥상 머리에 전화를 하셨다.
아이들 데리고 네가 오느니, 당신이 나서겠다 신다.
네 어머니도 많이 아프시다니.... 한번 보고 싶기고 하고...
어머니 힘드시지 않겠어요.
막내가 차 태우고 갈텐데 힘들겠냐.
나도 보기에 이리 멀쩡해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내일 기약이 없는 사람들이라.
사둔도 보고 싶고, 그래 성당 미사 끝나고 내가 나서마 신다.
어머니 그러시면 제가 더 고맙고요. 전화를 끊고 어머니께 전화 얘기를 하니
어머니 눈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고 만다.
노인이 힘드실텐데...고맙다 신다. 그 말이 맞다 신다.

두 어머니를 기다리며 창문에 기대서서 눈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거지도 힘들어 하신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정형외과에서 검사를 마치고
물리치료를 받으신 후 어머니는 다리 떼기가 훨씬 부드럽다셨지만,
땅에 닿으면서 녹는 눈을 바라보면서도 눈에 묻히겠네.
괜한소리도 해가면서 서 있어 보았다.
하늘 가득 내리는 눈발
꾸려 놓은 가방을 거꾸로 들고 털털 털었으면 좋겠다 하는데.
눈발을 뚫고 들어오시는 어머니가 아랫목에 누워 코를 고는 먼 동네 할머니를 바라보고 계셨다.

과일 한 접시,뜨끈한 유자차 한 컵, 잡채 한 접시에 담배 한 모금까지 대접받고 당신방처럼
아랫목에서 잠이 드신 올해 여든 네 살이라는 왕년에 점쟁이 할머니.
이 망구는 배고프면 우리집에 들를다신다. 그렇잖아도 배부르게 드렸다 하니 잘했다신다.
신수도 봐주셨는데... 차차로 좋아진다네요. 대답하고 둘이서 웃고 만다.

이젠 쪼그라들어 작아질대로 키 작아진 일흔 다섯의 어머니를 모시고 들어선 막내 삼촌을 보고 환호성으을 치는 아이들을 손사래로 앉히고 점심 밥상을 차렸다.
시어머니와 막내 도련님. 오라버니와 어머니가 함께 하는 점심식사 눈내리는 따뜻한 겨울 풍경.두 어머니들은 서로 많이 드시라고 권해드리고 있다.
살아있는 날까지 어쩌든지 건강하라고들 하신다.
예순 아홉이신 어머니더러 얼굴만큼 머리카락이 검지 않다고 시어머니께서 한마디
거들기도 하신다. ...웃기만 하시더니...
작은 박스를 남겨두고 시어머니는 먼저 가시고, 어머니가 싸놓은 보따리를 풀어 헤치며
다시 짐을 챙기시는 어머니는 이걸 주고 싶어 예까지 오셨구나 ,
자식은 주고 싶은 도둑놈이라고 ... 만 하신다. 나는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다.
주책없이 자꾸만 눈물이 나올려고만 한다.

모두들 떠난 자리에 마지막에 당도하여 있다가 제일 마지막에 다섯밤을 묵고 떠나오는 어머니땅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이들 탓인지 그래 잘 가라셨다.

아이들 개학이 1주일 남았고, 시간은 물처럼 흘러 나도 어차피 지나야 할 길이므로
징검다리 건너듯 가야 할 것이다.

세월은 멈추어 서 서 사람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고....

새벽녘 살아있는 날까지 어머니들 건강하시기를 바라고.

우리 가족과 더불어 모든 사람들 다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정월 초닷새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