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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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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밥 먹는날이라지요??


BY 수선화 2001-02-07




휘영청..보름달이 뜨는날이래요...
십수년만에 볼수 있는 보름달이
세상 소망을 다 들어주려 오늘밤에 뜨는날이래요..
소망을 빌면..
이루어지리라는 기대감으로 한해를 보낼수 있을거래요..


오곡밥 먹는날이라지요??
여러가지 잡곡을 섞어 밥지었지요..

한줌씩 되는 잡곡들을 제각기 씻는데..가슴이 뭉클해요..
여러가지 나물들을 손질하는데..눈앞이 흐려져요..

왜냐구요??
엄마..엄마가 생각났거든요..
어렸을적..
대보름날이면..
하얀 행주치마 두르고 요술장이 같은 손으로 빨간(?)밥을 만들어내던
맛난 빨간밥도 만들어내고..
여러가지 나물들도 맛깔스럽게 만들어내고..
엄마는..
마술사인가 했어요..
콧김도 불어넣지 않았는데..
얍!!하고 주문을 외지도 않았는데..
조물 조물...쉼없이 움직이는 손에서
신기한 음식들이 나왔거든요..
물론..대보름날..오곡밥과 아홉가지 나물같은 음식만 만들어내는 마술장이는 아니지요..
어느날이든..무엇이든.. 엄마손에서 나오는건 다 신기했으니까..

흉내를 내보았지요..
엄마처럼..엄마가 된 다음부터는...
그런데 엄마의 마술을 흉내낼수 없던걸요..
엄마 생각에 눈시울만 젖을뿐..
아무래도 엄마마술사가 될수는 없나봐요..

전화를 했어요..
엄마..빨간밥 하고 있어요..라구
자랑하려 했는데..
엄마 흉내를 내고 있다고..
지난해보다 조금 더 나아진것 같아..라고..
그런데..말이 되어 나오지 않아요..
말을..눈물을..삼키는 목만 아플뿐..
전화선 넘어 들려오는
엄마의 차분한 목소리만 듣고 말았어요..
눈물 보이면..엄마의 아까운 눈물이 한없이 흐를테니까..

날이 밝으면 다시 전화할거에요..
그리고..
고백..할거에요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