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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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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님께 감사드립니다


BY 찔레꽃 2001-11-21

이틀을 참으로 무기력하게 보냈다. 밥을 먹어도, 책을 보아도, 그저 아이가 하던 그소리로만 들렸다.
그런데 그전에 고백하나...
이 방에 들어 오기전 무진장 노력을 했다. 마우스가 말을 듣지 않아서 풀고 먼지를 닦고 그러면서 계속 나쁜 쉐이하면서 아이욕을 하고 (왜냐면 컴의 먼지는 두고 그냥 얼마나 오락을 하는지 내가 쓸 때마다 마우스는 화나게 한다) 해서 처음에 내가 가졌던 마음에서 조금 엇나가고 있다. 방에 들어와서는 좋은 님께 감사하고(이 맘은 그대로다) 좀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거였는데 마우스 땜에...

내가 이방에 들어와서 힘을 얻고 기운을 차리는 것처럼, 가슴이 막막하고 답답할 때 고해성사를 하듯, 내아이도 어쩌면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에 자기를 쏟고 싶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하는 것은 로맨스요, 네가 한 것은 스캔들이다는 식으로 몰았지만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고 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듯 아이는 아이대로의 방식으로 가슴을 풀지 않았을까.
그런데 갱년기의 엄마는 사춘기의 아이를 그냥 잡았다. 내 감정도 있고(사실 큰 아이는 넘 닮았다) 서러운 김에 아이가 이 핑계 저 핑계로 PC방에 갔다는 이유로.
아이가 외모 뿐 아니라 다 닮았다고 꼭 같이 되지 않을까 지레 겁먹고 난리친건 아닌지... 누우면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아이와 나는 지금 서먹서먹하다. 그전에는 전화로라도(엄마가 바쁘니)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일로 나와 아이의 言路가 막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저녁에 들어오며 일부러 좋아하는 찐만두를 사왔는데 학원 다녀와서 다른 것 먹었다고 손도 대지 않는다. 그리고 만두와 마우스 땜에 나는 삐지고...(무슨 모자가 이러냐)
작은 아이와는 아직 어려선지 문제라고는 없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서 오히려 속상하고 큰 아이는 문제라서 속상하고 나막신장수 엄마라도 되는건가. 어쩌면 작은 아이는 다행히도 아직 사춘기가 아니어서 그럴거다.

내 친구 할미꽃이 어제 들러서 그랬다.
당신 아들도 애 많이 먹였지만 지나서 보니 공부 않고 대학 못갔을 때 속상했는데 그래도 그만한 것이 다행이더라고. 재소자에게 편지쓰다보니 나쁜 친구와 어울려서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으니,손가락질 받을 그런 일은 하지 않았으니... 잊어 버릴 수는 없겠지만 그 잊을 수 없는 일로 내 남은 인생을 망치지는 말라고 기도해 주셨다. 그러더니 오늘 시장 나오시며 아이와 먹으라고 찰떡을 주고 가셨다. 웬 찰떡이냐니 우스개소리로 아이와 고사라도 지내라고 많이 주신단다. 정말 반되나 되었다.

돌아보면 예전의 나는 찾기 힘들다. 악만 남은 아줌마, 목소리 큰 아줌마, 그런 아줌마가 된 것 같다. 아이도 그런 엄마가 생경하겠지. 강하되 부드러운 그런 엄마, 아줌마가 되어야겠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와 나, 추억처럼 이야기할 수 있겠지.
내가 아이의 아빠에게 바랬던 것을 아이에게 바라지는 말아야지. 아이는 아이의 인생이 있으니...


글을 남겨 주신 좋은 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씩씩하게 엄마 노릇 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