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반도체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01

' 여울가 향기 ' (5)


BY 정화 2001-11-19

1998년 그해 겨울은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허탈감과
외로움 으로 뻥뚫린 가슴을 어쩌지 못하고 휘청 거리며
몸과 마음은 더욱 얼어붙은 죽음에 계절인 겨울을 보냈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 하고 괴로워 해도 회색빛 긴긴 겨을은 어느듯
지나고 삶의 계절인 분홍빛 봄이 돌아 왔다.

삼월달에 양쪽 집안이 만나 상견례를 하고 아들 결혼 날짜를 10월9일로 잡았다.
더욱더 마음을 잡지 못하고 나를 추스르기 힘들었다.

어느 젊은 의사가 젊어서 이혼하고 오랫동안 혼자 살아 오다가
암에 걸려 죽게 되었을때 독백처럼 내 뱉은말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고독 이였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나는 그남자가 불현듯 만나고 싶어졌다.

그날도 강남에 사는 친구집에 다녀 오다가 양재로 가서
조심스럽게 전화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리는데 솔직한 심정은

전화를 받으면 어떡하나
안 받으면 어떡하나
나의 머리속은 갈등으로 휘감겼다.

그 남자는 마침 전화를 받고 조금 기다리니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나타나서 반가워 하였다.

익숙치 못한 만남에 나는 더듬 거렸다.

그동안 그렇게 딱딱 거리더니 왜 나왔냐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 속에서 나는 철저히 아담의 정을 차단한
것을 처음으로 후회 하였다.

만나서 서로의 가정 이야기를 했으나 나는 내가 지금 처한
나의 상황이 그 사람에게 내비쳐 질까봐 내심 태연한척 하였다.

앞으로 친구로 지내자고 하며 1시간 남짓 이야기 하고
나는 어색 하고 쑥스러운 자리에서 얼른 일어났다.

장사를 하려고 가게문을 열면 늘 보게되는 그얼굴
내마음은 소리없이 서서히 그에게 다가갔다.

나도 바쁘고 그 남자도 바쁘고 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고
한달에 한번정도
세번쯤 만났을때
나는 몹시 혼란 스러웠다.
친구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친구가 되지 않고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이들과 나만의 성을쌓고 살아 왔는데 그 견고한 성이
무너지려고 하는데 나는 이성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육적 으로나 영적으로 너무 힘들어 정에 굶주리고 질식해
버릴것 같은 내 생활에 다정 다감하게 다가오는 그에게
쉽게 빠져드는 내가 너무나 싫어서 세상에서 가장 정제되고
소독된 물에 나를 소독하고 싶었다.

외로울때 다정 스러움은 작은 일에도 감동하게 만든다.
나를 합리화 시키는 내가 너무 싫었다.

수많은 편견과 아집은 어디로 갔을까?

결코 행복 하다고 할수없는 삶 속에서 삶에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긴장하며 살아 왔는데

나는 갑자기 변한 나의 생활에 적응하기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 데리고 너무 삭막하게 살아와서 인가.
내마음은 넓은 강이나 바다가 되지 못하고 여울가 처럼
마음의 바닥이 좁고 마음에 폭이 좁아 작고 세차게 흐르는 물살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며 고통을 감수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