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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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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일하고, 피 보고, 싸우고, 열 받고


BY dansaem 2001-11-18

오늘은 정말 왜 이리 되는 게 없을까요?

하루 종일 피곤하게 일하고
손 다치고
신랑이랑 싸우고
이제서야 아컴방에 하소연 좀 할랬더니
다 쓴 글을 날려버렸습니다.
'다시'버튼을 잘못 눌러서.
진짜 무지 열 받는 날이네요.

긴 글이었는데
아이구, 아까워.
이럴 경우 다시 살리는 방법은 없나요?
정녕 다시 써야 한단 말인가요?
다시 쓸 기운도 없는데...흑흑

힘들었던 오늘 하루,
다시 이야기 할께요.
좀 들어주세요.

오늘은 시사 지내는 날,
오후부터 전 부치고, 인절미 색색이 고물 무치고,
고기 산적 꿰고...
대충 끝내고 나니 9시 반에 둘째 형님네 오시더군요.
저녁을 안 드셨다기에 식사들 하시고
치우려니 형님이 '태조 왕건' 다 보고 하자네요.
하지만 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설겆이 하고 집에 와서 청소해서 애들 재워야 했으니까요.

참, 저희는 시골에 사는데
시댁과 바로 옆집에 붙어 삽니다.
자연히 집안 대소사는 네째 며느리인 제 몫이지요.

오늘 아침, 7시 반에 밥을 먹는데
자고 있던 우리 아들이 깨서 집에 와 옷 입혀서 데려오니
국에 한 술 말아 놓은 밥은 싸늘이 식었더이다.
대충 퍼 넣고 산에 가져갈 음식들을 준비해서
10시 경에 모두들 산으로 떠났지요.

전 집에 와서 이부자리 개서 치우고
기저귀 등등 빨래를 삶고
형님이랑 비닐하우스에 삼동추나물을 하러갔지요.
형님네 가져갈 것까지 넉넉히 해 와서
마당에서 다듬고 있자니
어머님이 다음 산소에 갈 음식을 챙겨서
같이 다녀오라시네요.
그래서 자고 있던 7개월짜리 막내를 어머님께 맡기고 갔지요.

산에 가서 몇군데 산소에 제를 올리고
집안 어르신들 음복하시고
오는 길에 밭에 들러
형님네 김장배추를 다듬어 차에 싣고 집에 오니
시간이 꽤 많이 지났더군요.

4시쯤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울 둘째 징징거리며
"엄마, 똥이가 나올라고 그래." 합니다.
응가 시키고 오니 역시 식은 밥.
먹고나서는 형님네 떠날 준비를 합니다.

쌀, 배추, 무, 당근, 된장, 김치,...
바리바리 싣고 떠났습니다.

잠시 피곤한 몸을 누이려는네 어머님이 오셨습니다.
남은 밥이 많으니 저녁도 와서 먹으라십니다.
저녁먹고 설겆이까지 끝내고나니
아주버님이 들어오십니다.
아직 미혼인 시숙이 어머님이랑 살고 계시거든요.
다시 상을 차려드리고 집으로 오니
할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청소랑 우유병 삶기,
하루종일 산과 밭에서 뛰어논 애들도 씻겨야 하고,
빨래도 걷어 개야하고
낮에 돌려놓은 빨래는 아직 세탁기 안에 그대로 있고,
나도 좀 씻어야겠고...
게다가 낮에 산에서 떡 썰다가 다친 손이 제법 아프네요.
살점이 약간 떨어져 나가서 피도 제법 났는데
지금도 타자치는데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손가락에 붕대를 감아서 두개씩 눌러지거든요.

여기까지는 그래도 좋다 이겁니다.

하여간 그래서 아직 안 오고 있는 신랑을 불렀죠.
그런데 와서는 자기도 피곤한지 짜증을 내고는
다시 휭하니 가버립니다.

저, 결정적으로 여기서 열받았습니다.
자기 조상 모시느라 이틀간 노력봉사한 마누라한테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저는 남편이 처가에 뭐라도 하면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던데
자기는 뭐가 잘 나서 그리 고자세랍니까?
나 참 기가 막혀서.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겠습니까?

고무장갑 끼고 다 했습니다.
고무장갑 끼고 아이 씻겨 보신 분,
고무장갑 끼고 머리 감아 보신 분 있으십니까?

더군다나
오른손으로 드라이 잡고 머리 말리다가
왼손에 낀 장갑 벗으려고 이빨로 물고 당겼더니
산지 며칠 안 된 장갑, 구멍났습니다.

왜 이리 되는 게 없는지...
화도 나고 기가 막혀 이 방에 하소연 좀 할랬더니
다 쓴 글 날아가고...

잠이나 일찍 자야지 했는데
우리 아기가 오늘 일찍 자 줄지 모르겠네요.
아마 오늘 일진으로 봐서는 그마저 안 될 것 같군요.

으이구, 우리 웬수 이제야 옵니다.
저 인간을 어떡할까요?

오늘 하루 엄청 운이 없었던 단샘입니다.
저에게 행운 좀 나눠주실 분 없나요?
아님, 신랑 길들이는 법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