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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병의 허실


BY 칵테일 2001-02-05

어느 방송국의 코메디 프로에서 시작했다는 공주병이
여러 해를 넘겨도 그칠 줄을 모르는 지, 아직까지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어떤 심리에서일까, 이미 왕권 시대가 지나간 지 1세기가
되어가는 이제와서 새삼스레이 공주병의 유행이라니.

더군다나 우리나라 옛날 공주들이 귀한 신분을 내세워,
유난히도 거만스럽고 사치스러웠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서양의 공주들이 또한 그랬을까 싶은 것도
의문이다.

백설공주나 인어공주, 심지어 잠자는 숲속의 공주까지
요즘 망라되는 각종 공주들이, 거드름과 사치와 자만에
빠진 나르시소스에 빠진 인물들이란 설정은 참으로
부당하다.

그 공주병을 퍼뜨린 장본인 격인 어떤 중년 여배우는,
과거 청순가련형의 이미지는 과감히 탈피하여 이젠
텔개맨(탤런트 + 개그맨)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어린 시절, 그녀의 데뷔작인 '심청전'이란 드라마를
눈물을 흘려가며 보았던 나로서는 상당히 불만스러운
변신이다.

그런 신드롬을 창출한 덕분에 각종 매체에서 서로
모셔가기 경쟁을 벌여, 그녀가 속칭 떴던(?) 해에는
벌어들인 돈이 무려 10억 가까이나 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었다.

하긴 그 당시엔 신문이나 방송에서 눈만 돌리면 그녀가
여기저기 신출귀몰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물론 그 공주병이란 새 이미지때문에 과거 그녀가
쌓아왔던 배우 인생이 완전히 전환기를 맞게 되었는
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 당시에 공주병을 코메디에서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노래까지 취입하여 그 또한 전파를 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많은 수의 시청자들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시킨 것도 같다.

그렇지않아도 나라 경제가 이젠 거의 추락하여 제2의
멕시코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때, 그런 여자들의 심리는 결코 좋은 현상이 못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을 필두로 억척스럽게 일하면서 절약하고
검소한 생활로 지금의 부를 창출한 세대들로서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의 '공주병 신드롬'이 심히 못마땅
하게보일 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에겐 '그럼, 일만 죽도록 한 우리들은 하녀
세대냐?' 하는 반감이 없을 리 없다.

공주에 대한 이미지는 실상 권력자의 딸이라는 것 외에,
뭐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영국처럼 공주의 신분이었다가 여왕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그저 집안 좋은 남자를 만나 한평생 좋은
신분으로 살아간다는 것 외에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주의 남편, 일명 부마라고 불리는 사람이
국책에 크게 기용되었다는 기록은 별로 없다.

그 또한 남편이 공주라는 신분을 가진 아내때문에,
여러가지 제약을 받았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공주병을 앓고 있는 여자의 남편이나 애인은,
실상 예전 부마처럼 얼마나 피곤할까 하는 추측을 해볼
수도 있겠다.

옛부터 남자는 배우자로 자신보다 한단계 낮은 사람을
고르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그것은 자신의
격에 맞지 않는 여자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를 경계해서
그랬을 것이다.

한평생 부귀영화야 누릴 수 있겠지만, 왕이 되는 것이
아닌 바에야 생활 중에 여러가지를 제약받아야하는
공주의 남편, 즉, 부마 자리는 그리 편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여자들은 왜 모두들 공주가
되고싶어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대접받지 못한 지금까지의 '여성의 지위'
와도 관계가 있다고 본다.

여자가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아마도 지금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유난히도 화장을 열심히하고 옷치장에 주력하는 여자들이
의외로 남편에게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만약 남편을 위한 치장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아예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남편들은 자신의 아내에게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하지, 그런 거부감드는 요란함은 별로 좋아
하지 않는 편이다.

너무 부시시하게 하고 있는 것도 문제겠지만, 요란하고
사치스러운 행색으로 일관하고 있는 아내를 좋아할
남편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능력 밖의 호사를 원하는 아내가 공주병을
내세워 남편을 닥달한다면, 그 남편은 얼마나 부담스러워
할까.

공주병에 시달리는 여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만약 공주병에 걸렸다면 확실한 건 하나다.
공주병에 걸린 이상 공주는 아닌 것이다.
진짜 공주라면 공주병에 걸리지 않을 테니까.

무엇이든 진짜가 아니면 가짜다.
가짜를 아무리 진짜처럼 둔갑시키려해도 오히려 그
조잡함에 눈쌀만 찌뿌리게 만들 따름이다.

굳이 공주처럼 되고 싶은 이유가 뭔가.
신분은 고귀할 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구중궁궐에 갇혀,
격식과 법도에 매여 살아야 할 공주라는 존재가, 때론
인생의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하는가.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 방식이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현재다.

이 좋은 세상을 살면서 어째서 과거 속박과 억압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어리석은 여자들이여!

자유는 자유라는 그 존재만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많은
여자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조선이 무너지던 그 시절, 못 먹고 못 배우던 천한
신분들이 외국의 문명 바람을 타고 개화하여, 많은 수가
고매한 학자와 높은 신분의 관리가 되었다.

그 인고의 세대가 물러가 신세대를 창출하는 요즈음,
그런 과거에 대한 열등의식인가, 아니면 요즘 유행이라는
복고풍인가.

공주병은 확실히 병이다.
자기 자신에게 열등의식을 갖고 있던 여자들에게 단지
'물질'이란 수단만으로 자신을 한단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신기루를 갖게 했으니까.

돈으로 신분을 살 수 있다는 사고방식.
각종 부패로 쓰러져가던 조선 말에 돈으로 벼슬을 사던
그 시절에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는 우스개가
나돌던 어수선한 그 때.

이제 여자들의 부질없는 허영심이 '공주병'이란 제 2의
'멍첨지'를 양산하는 행태라니......

다시한번 전국민이 합심하여 나라의 경제를 살려야할 이
중요한 시기에 어찌 여자들의 사치와 허영끼를 부추기는
일을 방송사에선 버젓이 자행하는지 모르겠다.

뉴스에서는 경제를 살리자고 하고, 각종 오락 프로에서는
사치와 낭비를 조장하니 심히 모순된 일 아닌가.

게다가 요즘은 자식을 낳아도 모두가 하나 아니면 둘이
되다 보니 아들이면 왕자요, 딸이면 공주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왕이 되지 못한 처지에 자식이 귀엽다고
무조건 왕자니, 공주니 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우매한
발상이며 어리석음인가.

남에게 진정으로 대접받고 싶은 자식을 길러내고 싶다면
자식을 오냐오냐 떠받들어 키우기 보다는 좀 더 확실한
예절과 품성을 가정에서부터 가르쳐야 할 것이다.

나는 아직도 사그라들 줄 모르고 점점 더 기승을 부리
듯 하는 공주병같은 것이, 어서 빨리 일소 되기를 희망
하는 사람의 하나이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