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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까치 설날은


BY ggoltong 2001-11-18

그녀의 시아버지는 차남이다.
그녀 큰아버지뻘 되는 분은 가까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며 살기에 명절날이면
죄다 모여 큰집으로 아침밥을 먹으러 가야한다.

처음 큰집에서 밥을 먹는날
시골 반찬이 뭐 특별날까 싶었지만
구수한 된장찌개에 참기름에 갓버무려낸
애기배추가 어찌나 입맛을 당겼는지 모른다.
헌데 그녀 시집식구들 ..누구하나 밥상머리에
신나게 앉는이가 없다.
왠일일까..
원래 그녀 시아버지사 입이 짧아 생선도
조기만 드셔야 한다지만 시어머니는 거의
그녀 수준급임에도 괜스리 밥상 근처에서
거들어주시는 척에 열심이시다.

헌데 그 진상을 알았다.
왜 밥상머리에서 그토록 딴청부리기에
여념이 없는지..

그녀의 큰아버지라는 분.
식성이 속된말로 게걸스러우셨다.
맛나게 끓여놓은 된장찌개를
거짓말 쬐금 보태서 수저로 헤엄질을
치시며 푸하푸하 그렇게 드셨다.
다른 반찬도 마찬가지다.
김치는 마구 들었다,놨다 실컷헤집으신후
양념은 입언저리에 죄다 묻히고 드셨다.
그녀는 그 순간 수저를 꼭 쥐고 있는
자신의 손아귀힘이 너무도 야속했다.

갓버무려놓은 뽀얀 삶은배추무침.
그 반찬은 이미 빨간옷으로 갈아입어
열심히 한사람에게만 봉헌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이들 표정을 보자.

그녀 시아버지.
몸이 아프니 입맛이 많이 좋질 않아지셨다며
두어수저 뜨고는 구수한 숭늉이나 한그릇 달라고 하신다.
그리고 분명 집에 도착하자 마자
아픈이의 입맛이 밥통 끼고 먹을수 있다는걸
분명 증명하고도 남으시리라..

그녀 시어머니.
밥은 몇수저 뜨시더니 애꿎은 며느리 수저위에
반찬만 날라주시고 그 식사시간을 젓가락으로
떼우실 요양이다.

그녀의 남편.
열심히 큰아버님의 손이 닿지 않은
양심적인 반찬만 골라잡으려고
분주히 젓가락을 움직여 밥그릇에 저축해놓는다.

갓시집왔다는 그녀만 죽어났다.
그녀는 시어머니가 떠주시는 반찬을
꾸역꾸역 받아먹고
그 날 저녁 집에 콜라만 댓잔 부어넣었다.

곧 두달후면 시골에 또 모이는 날이다.
당연 아침밥을 그리로 가서 맛있게 먹고 와야하는 날.
그녀는 다짐을 한다.
이왕 먹을 음식,
이왕 희생당할 나의 밥수저,
밥 한톨이라도 맛있게 먹고 온다고 말이다.
그러려면 차라리 안봐야한다.

그날은 필히 눈에 넣은 렌즈를 빼놓고 가야하겠다.
눈에 뵈는게 없으면 그 음식들이
얼마나 맛있게 뵐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