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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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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야기 [진실 게임]


BY Suzy 2001-02-05

붉은 색 카드를 뽑으면 거짓말을 해야한다, 검정 색 카드는 그 반대이다.

다른 사람들은 말하는 사람이 어떤 색의 카드를 뽑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가 진실을 말하는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렵다.
화자(話者)가 하는 말의 진의를 가려내 최대한 다섯 개의 동전을 걸고 승부 한다.

우리 교실에서 하는 영어회화 수업의 일종인 "진실게임"이다.

말하자면 거짓도 진실처럼, 진실도 거짓처럼 상대방의 판단력을 헷갈리게 해야하는 것이다.
알아 맞추면 내기에 걸은 동전만큼 화자한테 받을 수 있고 틀리면 잃는다.

모든 동전은 선생님이 제공하니 잃는대도 딴대도 우리에게는 별 소득이 없다.
하지만 모두 잃어 하나도 없으면 답변할 기회를 잃으니 신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 엄마한테 애인이 생겼어요. 너무 화가 나서 집에 담가놓은 포도주를 밤새 다 마셨지요. 그런데 정작 엄마가 큰소리를 치는 거예요, --너 꼴 보기 싫어서 얼른 재혼해야겠다-- 우리엄마가 달라졌어요, 속상해서 술을 많이 먹어 어제는 결석했지요."

군에서 제대 후 복학을 준비하며 홀어머니와 사는 J가 심각한 표정으로 2분 스피치를 마쳤다, 4인 일조인 우리 팀의 나머지 세 명은 동전을 만지작거린다.

일인당 세 번 정도 질문할 수 있다, 노랑머리 K가 먼저 묻는다.
"엄마한테 애인이 생긴지가 얼마나 되었죠?"

J는 손을 꼽으며 계산하더니 "지난여름....."
P 가 다그친다, "정확히 몇 달 전?" J는 다시 손가락을 꼽으며 뻔한 계산을 한다.

내가 물었다, "그 분을 만나 본적이 있습니까?" 대답은 "아뇨,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게 되었죠? .... 엄마가 애인이 생겼다고 말씀 하셨나요?"

"두 분이 같이 계신걸 여러 번 봤어요."
J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난 다섯 개의 동전을 자신 있게 걸었다, "거짓말!"

K와 P가 머뭇거리다 "진실" 쪽에 두 개씩의 동전을 걸었다.

다음은 서로 각자의 선택 이유를 설명해야한다, 요행은 안 된다.
K와 P는 J의 어머니가 혼자인 점과 그가 어제 결석한 점을 들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J가 엄마의 애인을 본적이 없다고 했는데 두 분이 함께 있는걸 보고 알았노라 했으니 앞뒤가 엇갈리지 않느냐, 그래서 이건 거짓말이다---

긴장 속에 카드를 뒤집었다, 빨간 색-- 내가 맞췄다!
"오 마이 갓!" K와 P는 각각 두 개씩의 동전을 잃고 쓰러지는 시늉을 한다.

결국 J는 섣부른 거짓말이 들통이 나서 +- 동전 한 개를 잃고 책상을 치며 아까워했고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다른 팀들은 우리보다 더 깔깔대고 난리다.

내 차례---검은 카드, 난 진실을 말해야 한다.

"방송국에서 내 원고를 방송하겠다고 허락해 달라는 전화가 왔어, 내가 친구 얘기를 꽁트 형식으로 써서 인터넷에 올렸거든, 난 출연할 시간이 없다고 거절했지......."
이쯤에서 우리 반 친구들은 감 잡았다는 식으로 실실 웃기 시작한다.

난 더 허풍을 떨며 계속한다,
"아, 그랬더니 어제 다시 전화로 내 친구라도 출연시켜 달라는 거야, 아~~참 귀찮아 죽겠네! 이러다 시간 없어서 영어공부도 못하게 될 것 같애"
짐짓 과장 된 억양으로 엊그제 "한판승부"에서 있었던 일을 부풀려 표현한다.

질문도 몇 마디 안하고 그들은 모두 거짓 쪽에 동전을 걸었다.
내가 너무 연기를 잘 했나? 그들은 모두 틀렸다, K는 쉽게 빈 털털이가 되었다.

그들 대부분은 그토록 게임에 익숙지 못하다.
다시 말해서 거짓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고 진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갈채로 그 깊이를 가늠하는데 서툴다.

학교나 가정,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진실은 옳고 거짓은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교육으로 인하여 서서히 세뇌당해왔다, 따라서 자연히 사고가 단순해진다.

흑백논리를 지향하는 우리들의 교육이 틀에 박힌 소위 "모범생"? 을 양산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우리가 부딪히는 현실은 어떠한가?
교육은 지나치게 순수를 지향하고 사회는 감당하기 힘들게 혼탁하다.

우리가 배운 진실이 왜곡되었을 때 그들이 갖는 교육에 대한 실망을 어떻게 감당해 낼 것인가?
한번쯤 거르고 되짚는 조심성과 신중함을 기르는 건 어떨까?

또 있다! 우리가 말하는 소설은 면밀히 따지자면 대부분 거짓말이다.
그 거짓말을 칭찬해 노벨상을 주니 그렇게 치자면 거짓말은 일종의 창조인 셈이다.

어디 거짓말로 성공하는게 소설 뿐이랴!
컴퓨터 게임, 만화나 에니메이션, 영화등등 엄청난 거짓말들이 성공해 명성과 부를 누린다, 거짓의 또 다른 미학이다.

우리의 흑백 논리적인 교육이,
거짓말=죄악; 이런 연결고리로 우리의 아이들에게 각인되어 창조에 대한 호기심을 원초적으로 외면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창조적인 무한대의 멋진 거짓말로 노벨 문학상에 도전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어떨까?
또한 그런 거짓말도 눈 꿈쩍 않고 가려내는 형사 콜롬보의 안목을 길러내는 학교는 어떨까?

우리 애들이 즐기며 공부하는 사이 저절로 삶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창조적인 우리의 미래........다양한 삶의 색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