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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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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사전과 관련된 잡상(국어사전은 안녕하신가요?)


BY 후리우먼 2000-06-01







"엄마!! 그런데의 데는 어떤 데(대)예요?"
컴퓨터 앞에 앉아 학원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며
키보드를 꼭꼭 누르던 6살 아이가 귀찮게 묻는다.

생각해보면 글쓰기에 있어선 나도 내 아이와 별반 다를게 없는데,
그걸 또 잊었느냐며 신경질이다.
아이가 그런데의 데를 가지고 고민하는 것처럼 나 역시
사전에 의지하지 않고 뭘 쓰기란 쉽지 않다.
말로 하기는 아주 쉬운 단어라도 글로 옮겨 놓으려면 그 바른 모양을
잊어버려 애 먹을때가 간혹 있다.

울님들!! 혹 국어사전은 다들 갖고 계시겠지요?
하기야 국어사전 없는 집이 어디 있겠어요?
보통은 국어사전에 영어사전 그리고 옥편까지...
게다가 어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전공분야의 각종 사전들을
고루 갖추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간 우린 너나 없이 오랜세월 동안 영어공부를
정신없이 했던건 사실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영어사전을 끼고 살았고 덕분에 우리의 국어사전은 마치
의붓자식 마냥 온전한 사랑을 놓치고 말았다.
심지어 어떤 이는 영어사전을 배고 자면 영어가 좀 나아진다하여
그 딱딱한 것을 배게로 사용한 사람도 있다한다.(믿거나 말거나..)

책꽂이를 살펴봐도....
볕 잘드는 앞쪽엔 그 잘난 영어사전이랑 전공 관련 사전들로만 차곡차곡
채워져 있고 우리의 국어사전은 이것들에 치이고 밀려서
저 끝에서 아주 간신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어떠한가?
아뿔사 !!
잘 넘겨지지도 않는다.
각 페이지마다 오랜동안 딱 달라붙어 있어서 좀처럼 서로 잘
떨어지려하지 않는다.

검지 손가락에 침을 묻혀 그것을 다시 엄지와 비벼 적당히 수분을
유지케 한다음 한 장 한장 떼어가며 걷어 넘겨야 한다.
그동안은 때가 묻어 닳거나 혹 더러워질까봐 아끼고
고이 간직해 두기만 했기 때문이리라...
이것이 정녕 국어사전을 위함도 사랑함도 아니고....
또한 우리말을 아끼는 자세는 더더욱 아닐진데....

그러나 그 잘난 영어사전은 적당히 손때가 묻어 있어서
펼치기도 쉽고 단어를 찾기도 수월하다.
하지만 그렇게 편애하며 아껴온 영어사전...은 정작 나를 여지껏 배반하고 있다.
긴세월 사랑으로 대했건만....난 아직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존경스럽고
미국에 사는 거지조차 부러울 때가 간혹 있다.

그외 전공과 관련된 사전들...
이것들은 내 손이 가장 쉬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과거 얼마동안 내 마음을 송두리째 차지하고 있었던 이것들은...
크기도 종류도 다양하다.
값이 많이 나가는 것도 있어 물질적인 투자도 적잖이 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들도 나를 배반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직도 난 이나라 사람들을 만나면 말더듬이에 귀머거리에 그러다 급기야는
멀쩡한 벙어리가되고 만다.

그런데 아직도 날 미워하지도 외면하지도 않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역시 우리의 국어 사전이다.

나한텐 '솔봉이'란 이름을(닉네임)가진 멜친구가 있다.
난 솔봉이란 말의 뜻이 무슨 소나무와 연관된 단어쯤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바른 뜻은 '나이 어리고 촌스러워 때를 벗지 못한 사람' 이였다.
이처럼 아름다운 우리말도 사전없이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바른 뜻을 놓치고
마는게 있다.
이러니 어디 우리의 국어사전을 아끼고 애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요즘은 국어와 더불어 영어에 일본어에 그외 각종
국적불명의 단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어떤 단어는 마치 지가 한국어인양 뻔뻔하게 비집고
들어와 공공연히 쓰여지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어떤 것은 서로 다른 말끼리 엉켜 붙어 국적불명의
정체모를 신조어가 되어있는 것들도 허다하다.

울님들 !!
우리의 말과 글을 사랑하고 아낍시다.
오늘은 그간 잠시 잊고 있던 그리운 친구에게 이쁜 우리의 글로
편지라도 한통 써 보내 보는건 어떨까요?
편지를 받고 기뻐할 친구의 즐거움을 생각하면서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