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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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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지난日記)


BY 원향 2001-11-16

일기 속 사랑

내게도
사랑이 찾아 왔는지 몰라
왜 이리 쓸 말이 많을까
누구를 점 찍어 놓은 사람은 없지만
일기장만 펼치면
그 사람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아
일기는 내 마음을 알리라
언젠가 부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일기장은 혼자만 비밀로 하고
전해줄 날을 기다려
그 사람이 내게 오는날
이 일기를 선물로 주리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산골소녀 영자'가 쓴 시.
(시집:영자야, 산으로 돌아가자<이원연.이영자>)

지난해 여름 tv에 5부작으로 방영한
영자의 산골생활을 감명깊게 보면서
은근히 걱정을 했었다.
티 없이 깨끗한 맑은 마음에 타인으로 인해 상처가 나면
어떻하나 하고.
그 걱정이 너무 빨리 영자에게로 다가와 정말 속상 했다.
아름다운 영자가 사는 산골집에
가보고 싶은 충동도 느꼈었는데.....

지난 일요일날 이른 저녁에,
가족이 가을색을 예쁘게 입은 동네 한바퀴를 산책하다
책방에 들어갔다.
각자 사고 싶은 책을 골라서
중국어 사전,학습지,로빈슨크루소 따라잡기,
나는 지금 올린 '일기 속 사랑'의 시가 실려있는
'영자야,...' 시집을 들었다.
많이 편집이 되었다는 뉴스도 접했긴 했지만
한 구절이라도 그 산골 채취가 묻어 있음이 좋아서다.

요즘 한창
산과 들에 단풍으로 물들어
아유~ 색깔 고아라!!! 보는이들이 즐거워 감탄소리 연발이다.

영자가 가을 맞아 노래하던
그 산골집은 지금은 반딧불만 지키고 있을까?
산골집 아버지와 딸이 부르던
자연의 노랫소리 화음을 누가 망가뜨렸을까?
애석하기 그지 없다.

오늘은 아주 늦께
잠자리에서 빠져 나왔다.
먼저 나가는 식구는 떡국,두번째는 고사리무침에 생선굽고 계란 굽고
먹여 보내놓고 다시 이부자리로 쏙 들어갔다.
예전 같으면 꼬마가 일어나기 전에 치우는데...
꼬마는 과일을 좋아해서 주로 과일만 먹고간다.
오늘은 감만 반쪽 겨우 먹이고 보냈다.
대신 점심을 많이 먹으라고 하면 자신도
점심은 잘 먹는다고 걱정말라는 말투다.(실은 점심은 꽁짜.후후후~)

이렇게 해서 다 나가고 나면,
마실 커피물을 가스불에 올려놓고 컴을키고 이리저리 서핑을 한다.

이 무렵
주방에서는 한창 주전자가 화염에 수난을 받고있다.
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질 때부터
벌써 세번째 주전자가 바뀌었다.
오늘은 주전자 밑바닥이 뻥 뚫어지면 어떻하나 은근이 걱정이라...
산지 한달도 안 되어서.이 고백 예쁘게 봐주지 않겠지?^^*

어쨌든 창 밖은 화창해 보인다.
동네 길이
플라타너스 잎이 낙엽되어 거리에 깔아놓아 운치가 있다.
아직은 단풍나무에 색깔은 입혀지지 않았지만 조금 있으면
덕수궁 돌담길의 멋스러움 못지않게 이쁘다.
이따가 대문 밖을 나가야 되는데 두문불출 하고 싶은 마음이다.
남편따라 해외 출장갔던 애 친구 엄마가 점심 먹자고 나오란다.

내일이 보름이다.

야경을 즐기며 공원 벤취에 누워 별을보다 나무가지에 뭔가 걸려 있어
유심히 바라보았더니 초승달이라!!! 넋을 잃었었는데
보름달을 볼 거다.
기다려진다.

오늘은 '영자야,산으로 돌아가자'시집을 읽으며 마감해야 되겠다.
한나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