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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日記(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BY 미묘*향기 2001-11-16


pc앞에 앉아서
창문에 처진 방충망 넘어
하늘을 올려다 보니
높아 있다.
포플러 나무잎새가 하늘을 다은 듯하다.

조금전
아파트 관리 아저씨들이 풀베기 작업을 끝마친 뒤라
바람 타고 풀 향기가 방 안으로 들어 왔다.
무척 좋아하는 내음이다.
풀 내음를 맡을 때면,
어릴적 고향 무인도? 동산 잔듸에 뒹굴며 놀던 놀이터가
떠오른다.
집 앞 돌다리를 건너고 돌 담을 넘어 동산에 서면.
바다 수평선 저쪽에 해발 1950m의 산이 감싸안은
오름들이 보인다.
봄이면 풀잎 까서 하얀 새싹을 먹었고.
여름이면
바람이 불면 바다는 하얀 파도를 만들고
그 파도를 타며 물놀이 하다 지치면 소라,조게,게 등등
많은 해산물을 잡아 먹다가
해가 큰 산 넘어 숨어버리면
그때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래서 풀내음을 맡을때면 아홉살 열살의 내모습을 떠오린다

여름가고 가을 오는 길목에서
매미의 울음소리는 절정에 다다른 듯.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로 받아드리기에는 한계를 넘은
나의 인내심(흐이~크~으~).
허나,
귀마게를 틀고 있어도 매미소음에 왕짜증을 내는
큰 아이에게는 차분하게
"자연의소리 라고 생각하면 아름답게 들리지."
라며 도인의 음성으로 흉내를.ㅎㅎㅎ


3일후면 꼬마의 개학이다.
방학숙제가 여러 목록이던데 숙제는 잘되어 가는지 모르겠다.
곰상곰상 몸 움직이며 하루 하루 일과를 마치는
아이의 모습만 말없이 바라다 볼 뿐이다.
늘 그랬으니까.

어제는 전날 괜한 짜증이나서 볼벤 소리로
너희들대로 시장 한번 보라고 말했는데.
정말 시켜봤다.

방학에 시장보기 체험!(어~괜찮은 발상? 좋다!)

필수품 몇가지만 적어 주고
몇일 먹을 분량에다 먹고 싶은거 마음대로 주문을 냈다.

시장을 보고온 아이들 얼굴에는 땀이 송글 송글 맺혔고
미소가 어려 있었다.
시장 본 결과가 궁금했다.반응도 살피고.
"엄마 먹고 싶은거 최대한 자제하며
얼마(\\) 선에서 시장을 봤는데
그 기간에 먹기에는 모자랄 것같아요." 걱정하는 눈치였다.
으이구 사랑스런 녀석들~!!!ㅎㅎㅎ
시장 보고 온 아이들이 만족한 모습을 보고
내심 시장 보내놓고 미안한 마음 들어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밥상머리에서
아이들에게 수고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방학이 끝나가니 애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맛있는거 해주지도 못하고
더위에 잘 참고 소리없이 자기 할 일 하며 보내는 아이들.

나는 나에게 투자하는 가치있는 시간,
보람된 일도 만들지 못하고 또 계절이 바뀌어 간다.
엄지 발가락에는 봄(5월19)에 봉정암 성지순례 하면서
물 드린 까만 먹색깔이 지워지지 않았다.
만 3개월. 덕분에 발까락을 내려다 볼 때마다
아직도 지난 봄은 내곁에 있구나 하고.

끌어안기식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