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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주부의 알.콩.달.콩/2. 발톱


BY 이경애 2000-06-22

꼬마주부의 알.콩.달.콩

2.
발톱

신랑은 워낙 깔끔이라 옷에 김칫국물 묻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저랑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죠.
겉에 흐르는 분위기도 깔끔이 그 자체라 좋아한건 우리 친정 엄마셨죠. 드디어 얘가 임자 만났구나, 하시면서요.
영화 '적과의 동침'에 나오는 남자처럼 밥그릇의 위치까지 정리하는 광(狂)적인 깔끔이는 아니지만 책상 위가 너저분하면
얼른 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죠. 사실은 그게 정상이지만 웬만큼 너저분해선 꿈적 안하는 저에 비하면 깔끔이~깔끔이
깔끔이죠.
그래서인지 신랑은 결혼 전부터 내 손톱, 발톱 심지어는 귓밥까지 검사하는 요상한 취미를 갖게 ?榮쨉?그로인한 잔소리는
차라리 눈을 감게 만들었죠. 만날 때마다 "손톱 깎았어? 이리 내 봐. 발톱은? 귀는?"그러면서 사정없이 잡아 당겨서
"이게 뭐야, 이게. 언제 깎은거야 엉? 세상에 발톱이 공룡이네, 공룡. 슷~이리 안 와? 이러고 다니면 좋아? 빨리 깎
아 줄 때 깎아. 이러고 집에 가서 또 그냥 자려고 그러지? 다 알아. 빨리 안 와?!" 하곤 손톱깎이로 마구 공격했죠.
사실 그리 긴 것도 아닌데, 여자는 약간 길어야 맛인데 신랑은 붉은 손톱 위에 하얗게 자란 손톱이 있기만 하면 별 구
박을 다해가며 바싹 깎아 주곤 했죠. 처음엔 손톱 깎아 주는 남자가 신기해서 좋아라 손을 맡겼지만 날 무슨 군인 동생
쯤으로 생각하며 아프도록 바싹 깎아대는 그의 솜씨가 무서워 신랑이 손톱깎이만 들었다하면 도망을 갔어요.
그러나 결혼 후에는 신랑의 그 취미가 시들해졌어요. 내가 워낙 반항을 해서 그런지 이젠 자기 것만 깎고 나한테 물어보
지도 않아요. 결혼 전에는 그게 잔소리 같고 아프게 깎아서 심술 부리곤 했는데 이젠 그래주지 않으니까 이 번엔 안해주는
게 섭섭하고 심술 나는 거 있죠. "이젠 손톱 검사도 안하네? 발톱도?" 그랬더니 "왜, 깎아줘?" 그러는거예요.
괜히 퉁퉁한 목소리로 "아니, 뭐 난 깎을 줄 모르나? 그냥 그런거야. 신경 쓸 거 없어." 그랬죠.
그러곤 쇼파에 앉아 있는 신랑 무릎에 발을 얹고 길게 누워 tv를 봤죠.
잠이 들었나봐요. 발 끝이 따끔따끔 해서 잠결에 새우 눈 뜨고 봤더니 신랑이 내 발 끝을 붙들고 잔뜩 웅크린 채 발톱을
깎아 주고 있는 거예요. 잠결인 듯 발을 옴싹옴싹 했더니 여전히 웅크린 채 발등을 때리며 "가만 있어. 세상에 발톱이 공
룡이네 공룡."그러는 거있죠.
다음날 가지런히 깎인 발톱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더군요.
이 남자가 내 발톱까지 사랑하는구나, 싶어서요.
비록 붉은 발톱만 남아 끝이 허전하긴 하지만요.^^*

이경애 uhjiin@hanmail.net
인천 부평구 부평 5동 521-7 15/3 대경만물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