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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쇠시아버지와 통장


BY ggoltong 2001-11-15

그녀의 시아버지는
마을이 인정하는 구두쇠중의 구두쇠시다.
어찌나 아끼고 아끼시는지
지금껏 그녀 시아버지 문밖에
멍멍이 찬거리가 안보일정도였다.

그녀가 처음 시어른께 인사를 드렸을때는
지금처럼 몸이 불편하신 분이 아니셨다.
대뜸하신 다는 말씀이
나는 한푼도 못보태주니 너희 힘으로 살으라고.
예비며늘은 그다지 바란것도 없기에
서운하지도 고깝지도 않았다.

덜렁댕이며늘을 시어른이 데리고 산지는
단 오개월.
오개월만 데리고 사신다는 시어른과의 생활에서
며늘은 자신과 이 가족이 사뭇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남편이 먼저 화장실에 들어간다.
거실벽 바로 뒤가 화장실인 그녀의 시댁.
남편이 들어가자 마자 시아버지는 머리를 벽에
찬찬히 대신다.
매번 그러하신 모습이 궁금한 며늘.
그날도 시아버지의 그러하신 모습에
살짝 남편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뜻하지 않은 남편의 말.
"엉~그건 말야,화장지가 몇바퀴 돌아가나
그거 세시려고 바짝 귀를 대시는 거야."
덧붙여 한마디-(그녀의 하나밖에 없는 시누남편도
결혼해서 오개월은 시어른이 데리고 살았다. 뭐
처가의 법도를 가르치기 위해서라나. 그리고 치질이
있어서 화장지 두루마리에 훌훌 돌아가는 시누남편은
늘상 화장지 쓰는것 땜에 확실히 눈밖에 났다고 한다.)

그얘기를 들은 순간부터
며느리는 화장실에 용변보는게 너무나 무서웠다.
그녀역시 펑펑 써대는 단순사치파.
후루룩 그동안 써왔던 화장지가 시아버님의
소머즈표 귓바퀴에 얼마나 찍히고 또 찍혔을까..

처음 그녀가 시집살이를 시작했을때
그녀 시댁엔 휴지통이 없었다.

어머니~휴지통 어딨어요?

그러자 그녀 시어머니 왈.
뭐 버릴게 있다고 휴지통을 찾냐~ 우리집엔 버려나가는것
하나도 없으니 그리 알아라.

정말로 그녀 시댁엔 버릴게 없었다.
음식쓰레기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어쩔수 없는 쓰레기는 아홉시뉴스 시작하기 즈음
그녀더러 다른집 쓰레기봉투입을 열어 쑤셔넣고 오라하신다.
그게 애국하는 길이라는 말과 함께.

그녀는 밤이면 밤마다 밤이슬을 맞고 다녔다.
까만 쓰레기봉지 달랑달랑 들고 다니면서 말이다.
그게 며느리의 도리요,이 나라에 보탬되는 길이라는
궤변에 자알 길들여가며 말이다.

외식을 하자고 했다.
그녀가 시집에 들어와서 그녀 남편의 첫 월급봉투를
손에 쥔 날이였다.

어머니,오늘은 저녁에 외식하는게 어떠세요?
그러자 조금은 화기애애 분홍빛이 돌던 시어머니
어디,레스또랑에 가서 먹는거냐? ㅎㅎㅎ
하지만 소머즈표 아버지가 가만있을리 없다.

뭐하러 실컷 벌어온 돈을 밖으로 돌려!
밖에서 먹으면 먹은것 같지도 않고 또 집에서 보다 깨끗할것 같냐?
그냥 집에서 먹자~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입에 가상의 소쿠리를
너댓개걸고는 부지런히 도마질을 해대며
저녁식사를 차렸다.

그녀가 시집살이 오개월을 마쳤을때
그녀는 조금 지치지만 어딘가 모르게 달라있었다.
헤펐던 그녀,절대로 음식많이 해서 버리지 않고
세숫물 그냥 버려 걸레빨을 물 새로 받아 쓰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이윽고 분가를 하게 될때
그녀 시아버지로 부터 통장하나를 건네받았다.

뭐 변변하게 해줄게 없어서 미안하구나.
허나 젊으니 조금만 아끼고 부지런하다면
금새 살림필거다..암.
그리고 이건 말이다,내가 빈병팔고 느이 동서랑
시누이한테 용돈 조금씩 받은거 모은거다.
살림에 요긴하게 쓰거라..뭐 많지도 않은 돈이지만..

며느리는 통장을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통장은 5면까지 넘겨졌지만
액수는 오백만원도 채 되지 않은 돈이였다.
이 돈을 어르신은 사년을 모으고 모아서
그녀에게 건네준것이다.

만사천원,이만원,삼만원이 모여서
이 통장을 무겁게 했다.

며느리는 그 통장의 돈을 홀라당 빼서 쓰지 못할것만 같았다.
그리고 당신에겐 소중한 한귀퉁이의 이것을
자신에게 주신 시아버지 생각에
눈물한방울이 통장에 뚜뚝 떨어졌다.

아버지..잘하고 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