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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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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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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난 체 하기는...


BY ns05030414 2001-11-13

"우리 김포에 땅를 사 둘까?"
땅 값이 꿈틀거린다고 하더니 드디어 남편의 입에서 까지 땅을 사 두자는 말이 나왔다.
"왜, 하필이면 김포에?"
여편이 의아해한다.
"알 만한 사람이 그러는데 곧 그 쪽이 개발될 것이라더라구."
남편이 이렇게 말하면 그 소문은 사실일 가능성이 많은 것을 여편은 안다.
하지만 여편은 이런 일이 내키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가 우리 경제의 암 적인 요소라던데..., 모르면 모르지만 알고서야 우리까지 날 뛰는 것 같아서 싫어요."
여편은 자기 혼자서 잘 난 체 하는 선수다.
남편은 이럴 때 여편이 못 마땅하다.
답답해서 화 까지 난다.
누가 그런다고 알아주기나 하는가 말이다.
남편은 기가 막혀 코 웃음을 친다.
"지가 무슨 공자라고..."

"아이들 학원이라도 보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은 과외다, 학원이다, 난리라는데 도무지 그런 일에 관심 조차 갖는 것 같지 않는 여편이 답답해서 남편이 한 마디 해 본다.
"과외가 망국병이라잖아요."
여편의 대답은 간단하다.
또 그 잘 난 체다.
아이들에게 특기 교육이라도 시켜 보자고 해도 시큰둥하다.
그런 것은 타고 난 재능이 있어야 된단다.
시켜보지 않고서, 타고 난 재능이 있나 없나를 어찌 아느냐고 하면 픽 웃는다.
타고난 재능은 절로 알게 되어 있다며...
부모로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다며...
교양으로 가르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교양을 위해서 몇 년 씩 아이들 하고 씨름하고 싶지 않단다.
여편의 고집과 잘 난 체에 남편은 답답하기만하다.

"나는 새 대통령에게 기대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라가 어려울 때에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이 어려움에서 우리나라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남편의 선배 중 하나가 말했다.
"글쎄요, 전 그 사람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은 이미 검증이 끝난 사람이거든요. 야당 당수 시절 그 사람이 한 일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고 봐요, 저는..."
여편이 또 잘 난 체를 한다.
부부동반 모임에서 다른 여자들은 다소곳이 듣기만 하고 있는데, 여편은 자기 의견을 말하는 일에 망설이는 법이 없다.
남편은 이런 여편이 마뜩찮다.
남편은 여자는 모름지기 온순하고 말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남편이 여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는 '또 잘 난 체 한다'는 것이다.
여편은 남편에게 이 말을 이 십 년 가까이 듣고 살면서도 여전히 잘 난 체 하고 산다.
그 것이 나쁜 짓이라는 것도 모르고 반성할 줄도 모른다.
"내가 오늘 지나치게 잘 난 체 했나?
그래도 난 계속 잘 난 체 하며 살 거야.
난 잘 난 체 하는 여자가 좋더라.
모임에서 먹는 일에만 입을 사용하는 여자가 난 싫더라.
사람 같지 않고 인형 같아서..."

"여보, 나 **엄마 때문에 기분이 나빠요. 날 보고 잘 난 체 한다고 그러더라구."
여편은 다른 사람이 자기 일에 상관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그러나 살다 보면 남의 일에 콩 놓아라 팥 놓아라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엄마가 그런 사람이었다.
"당신이 잘 난 체를 하니 그렇지."
남편은 평소의 불만을 이런 때를 이용해서 나타낸다.
"**엄마가 남의 일에 지나치게 상관하는 것은 당신도 인정하지요?"
여편은 남편의 동의를 먼저 구한다.
남편은 **엄마를 대학교 다닐 때 부터 잘 안다.
**엄마는 남편 친구의 부인인 것이다.
"그건 그렇지만 당신도 당신 의견이 너무 강한 사람이라구..."
남편은 여편의 수법을 조금은 안다.
이제는 그리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다.
남편이 당연히 동조할 줄 알았던 여편은 화가 난다.
**엄마 때문에 속이 상한데 남편까지 **엄마 편을 들고 나서는 것 같아 화가 난다.

"그럼 **엄마가 내 일에 상관 하도록 내 버려 두란 말이예요?
당신하고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잘 쓰는 말이 무엇인지 아세요?
잘 난 체 한다는 말이지요.
당신하고 **엄마야 말로 어떤 사람들인지 아세요?
남의 일까지 자기 마음 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지요.
음식점에가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당신에게 묻지도 않고 주문 했다고 화 내는 사람이 누구지요?
부엌에서 내가 쓸 그릇까지 이 것 사라, 저 것 사라, 하는 사람이 누구지요?
......
......
......"
여편의 입에서 남편과 **엄마의 독단이 끝 없이 흘러 나온다.
그리고 여편은 결론을 내린다.
"남보고 잘 난 체 한다고 하는 사람이야 말로 잘 난 체 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혼자서 잘 난 체하고 싶은 데, 다른 사람이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이,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기분 나쁜 것이지요."

총알 처럼 쏟아져 나오던 여편의 말이 끝나고 남편은 알았다.
여편이 아무리 잘 난 체 해도, 자기는 비난조차 하기 어렵게 되었다는는 것을...

'잘 난 여편 데리고 사는 남편의 서러움을 누가 알아줄 것인가?
참 말 조심 해야겠다.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