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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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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소꿉친구 미향아! 어디있니?


BY 김미애 2001-02-02

거의 매일처럼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금방 "놀자!"하던 소꿉친구가 있었다.

잘 놀다가도 동생들 편을 들다 싸움이 되곤 했는데 동네에 또래애들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바로 이웃이면서 마음이 잘 맞아 "뭐하냐?"하고 오고갔다.

지금은 충청도로 시집을 가서 나처럼 아이 둘 낳고 잘 살고 있는데 중학교때 그애가 서울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헤어지게 되었고 한동안 편지도 오고가다가 끊겼다.

그애 아버지는 평안도분이셨는데 여자는 배워봤자 필요없다고 해서 언니는 초등학교 졸업후 집에서 살림을 배우게 하셨다.

있는 집애들이었으면 크게 될 수도 있었을 정도로 다들 영리하고 무척 배우고 싶어했었는데...
그래도 그애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때 가장 슬퍼했던 사람이 그애의 언니였고 그애는 철이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후 그애의 엄마는 시장에서 장사를 했는데 그애의 일기장엔 항상 '동생과 사이좋게 놀고 언니말 잘 듣고 엄마를 도운 얘기들 뿐이었다.

날마다 껌처럼 붙어있다싶이 해서 그날의 하루일과를 쭉 꿰고있는데 동생하고 싸우고 언니한테 달랑거린 날의 일기도 항상 착한 모범생이었는데 난 늘 그게 못마땅했었다.

왜 있는 그대로 안쓰고 지어서 쓰냐고 싸웠고 급기야는 그애의 일기장 페이지마다 '이것은 거짓말이다.'라고 써 놔버려 대판 싸웠고 그래도 또 붙어다녔다.

이제와 가만 생각해보니 그애는 어렸을 적부터 문학에 끼가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때였던가...한번은 여기저기 제과회사에 편지를 썼던 아이였다.

'지금은 어려서 사먹을 수는 없지만 이다음에 커서 돈을 벌면 많이 사먹겠다고 과자좀 보내주십사' 하는 편지들을 보냈는데 한곳에서 영양갱 작은박스를 보내왔을때 무척 시샘한 적도 있다.

또 둘이 학원에 같이 다녔는데 가면서 어떤 단어로 말을 하고 그 단어에 대해 느낌이나 시를 짓기도 했는데 참 표현력도 대단했었지.

난 요모양 요꼴로 새대가리가 되어 퇴보하고 있을때 그애는 문학소녀의 꿈을 이루었을까?

꿈중에 그애의 꿈을 자주 꾸었다.
꿈속에서 만나는 꿈, 편지오는 꿈...그런데 어디 사냐고 묻다가 깨거나 편지내용이나 주소를 읽다가 깨곤 했었다.

지금도 정말 그리운 친구이고 한번 만나보고 싶은 친구이지만 안만나고도 싶다.
모순된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