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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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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출가외인을 말하면 ...


BY ns05030414 2001-11-10

"여보, 당신집에 돈 보내는 것은 이제 그만 해!"
남편은 결혼하고 친정에 조금씩 보내던 돈을 그만 보내라고 하였다.
"당신 부모에게는 다섯 배나 되는 돈을 보내는데 왜 안 되는 것이지요?"
여편이 물었다.
"우리 집에 보내는 것은 자식의 도리로 당연한 것이지만 당신은 출가외인이니까 안 돼!"
여편은 기가 막혔다.
남편은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취직을 기다리고 있는 여편의 남동생이 취직할 때 까지는 여편의 부모가 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여편은 남편에게 이치가 통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백 일이 된 아들의 벙긋벙긋 웃는 모습이 떠 올랐다.
이혼하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래서 참았다.

"여보, 나 이 구찌백 아가씨 줄래요."
여편은 선물로 받은 핸드백을 시누이에게 주겠다고 하였다.
이 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올 때 남편의 상사 부인이 선물한 것이었다.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남편은 선선히 동의했다.
결혼 후 여편에게 처음으로 생겼던 값 나가는 물건이었다.

"여보, 이 것은 언니네 주면 좋겠네..."
여편은 남편이 영국 출장 길에 사온 순모 스웨터를 만지며 말했다.
받고서 좋아할 언니 얼굴이 떠 올라 여편은 즐거웠다.
"이제, 다른 사람 주는 것은 그만 해!"
남편은 화가 난 사람처럼 말했다.
남편은 영국은 순모 제품이 유명하다고 하면서 제법 여러 개의 순모 스웨터를 사 왔던 것이다.
여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편의 머릿 속엔 시누이에게 주었던 구찌백이 떠올랐다.

그 외에도 숱하게 많았다.
남편이 여편에게 출가외인이길 강요한 사건들은...
그런 예를 들라면 여편은 몇 밤이라도 세울 수 있다.
남편은 여편의 기억력이 너무 좋아 탈이라고 하지만 여편은 그 것에 동의할 수 없다.
기억하는 것 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들이 더 많을 것이므로...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자 여편의 머릿 속은 그 사건들이 가득 차고 절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사람을 만나면 여편은 자기도 모르게 남편이 주장하는 출가외인에 대해 말하였다.
처음에는 남편이 없는 곳에서...
나중에는 남편이 있거나 말거나...

"어머머! **엄마, 그게 정말이예요? 말도 안돼!"
남편의 친구들과 부부동반 모임에서 남편 친구의 부인은 호들갑을 떨었다.
"난 **아빠가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인 줄 몰랐어요!"
그 부인은 남편이 들을 수 있도록 커다란 소리로 호들갑을 떨었다.
남편은 사람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여편은 안다.
체면을 중시하는 남편이 지금 느끼고 있을 감정들을...
여편은 잠시 후회한다.
그래도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빠인데, 자신이 지나친 게 아닌가 돌아본다.
자기가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남편을 감싸주지 못함에 대해 반성도 해 본다.
그러나 그 생각들을 애써 밀어낸다.

친정 할아버지, 아버지가 평소 여편에게 타이르던 말이 떠 오른 때문이었다.
'여필종부'
"그래, 여자는 결혼하면 여필종부하라고 하셨지... 암, 여편은 남편을 따라야 하고 말고..."
여편은 혼자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라, 남편네야, 속 좁게 행동 하려면 해라. 나도 속 좁게 계속 흉을 보고 다닐께!"
여편은 혼자서 계속한다.
"너는 출가외인을 소리 높여 외쳐라, 나는 여필종부로 화답할께..."

속 좁은 여편네 데리고 사느라고 남편은 마음이 바다 처럼 넓어졌지요.
그런데 속 좁은 것은 따라하기가 쉬운 데 마음을 넓게 쓰는 것은 따라 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남편이 더 이상 출가외인을 주장하지 않으니 여필종부 하기 위해, 흉 보는 것을 그만 두어야 할 것 같은데...
아니면, 남편이 출가외인을 주장하지 않으니 나는 여필종부할 필요가 없어지지 않았을까요?
그럼 남편의 마음 씀씀이가 넓어도 나는 그냥 계속 속 좁게 남편의 옛날 흉을 보아도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