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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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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깨달음


BY Ennio 2001-02-02

여느 때 처럼 딸 아이가 보채댔다.낮에는 그런데로 내 인내심이 그걸 받아주었는데 저녁이 되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이젠 나의 체력마저도 한계를 느끼고 있었나보다.14개월 밖에 안된 아이를 혼자 방안에 그대로 둔채 거실로 나와버렸다.난 그때까지 나의 잔인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약 2분동안 거실에 혼자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아이를 실컷 패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이가 너무나 서럽게 울고 있었다.원망과 공포로 가득찬 울음 소리였다.방으로 들어가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20분동안 그랬지만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멈추려하다가도 무슨 생각이 드는지 또 울고 울고했다. 더 멈출것 같지 않아 최후의 방법을 썼다.TV.우리 아인 TV를 좋아했다.단순하게도 아인 금방 울음을 멈춰버렸다.
저녁때 남편이 왔다.아이와 놀아주다가 뭔가 다른 때와 다르다고 했다.자꾸 찡찡댄다고. 아인 아빠 앞에선 그런 적이 거의 없었다.늘 밤에만 잠깐 비치는 그것도 매일 감질나게 비치는 아빠의 모습이 그애에겐 늘 반가운 존재였기 때문이다.그러고 나서 주위를 살펴보니 아이가 오늘 어느때보다 활발히 움직이지 않고 엄마만 징징거리며 ?아다녔다는 걸 알았다.장난감이 어질러진 흔적에서야 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미심쩍어 아이의 이마를 짚어봤다.열이 있었다.방안에서 체온계를 들고와 아이 겨드랑이 속으로 집어넣었다.역시 아인 가만히 있어하질 않았다.하지만 그땐 화를 내지 않았다.이미 그보다 중요한게 뭔지를 나는 깨닫고 있었다. 39도.난 그제서야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랬구나,내가 그걸 몰랐구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아니 그렇게 표현하기엔 부족했다.난 마음으로 울었다.
엄마를 생각했다.언제나 나와 엇갈리기만 했던 엄마.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겐 칭찬 한마디 안해주던 엄마.날 이해해주지 못하고 내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했던 엄마.
오늘 내가 내 딸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어느 새 나도 엄마를 닮아 있음에 슬펐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며 난 엄마를 다시 생각했다. 그때 엄마도 지금의 나만큼 아니 더 가슴이 아팠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