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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님의 아내


BY 칵테일 2001-02-02


저녁 뉴스를 간격으로 연이어 이어지는 도올 김용옥님의
논어 강의.

기침하는 어르신때문에 잠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의 호응과 시청 덕에 점점 그 빛을 발하고
있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시경 강의를 잠시 곁들이면서, 중국
어학자로서 시경에 더 박식하다는 그의 아내가 직접
나와, 그를 대신하여 강의를 한 일도 있었다.

그동안 도올의 아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정작 화면으로 그녀의 실제 얼굴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도올의 아내인 최영애교수는 중국언어학의 1 세대이며
우리나라 중국어학 방면의 최초의 학위 소지자이다.

그녀는 중국 산동에서 건축기사를 하던 아버지 덕분에
지난(濟南)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서울 원효로에서 금양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뒤 경기여중고. 한국외국어대학 중국어과를 거쳐 68년
국립대만대학에 입학, 71년 석사를, 75년 박사를 취득
한 뒤, 우리나라 금세기에 최초로 중국언어학의 다각적인
근대학문으로서의 성과를 도입시켰던 장본인이다.

81년 귀국, 단국대 중문과에 한학기 재직한 후 연세대
중문학과 교수로 취임한 이래, 중국어 언어학의 각 방면과
그와 관련된 문학 방면, 특히 [시경][초사]등의 경전을
포괄하여 폭넓은 강의를 계속 해왔다는 그녀.

그런 그녀의 화려한 이력에 비해 정작 그 모습은 너무도
수수하고 조용하며, 또한 수줍은 듯 다소곳했다.

우리의 美的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수더분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저 평범한 인상의 중년 부인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수줍은 강의는, 남편이 핏대를 올려가며
토해내는 강연에 못지 않게 무궁한 지식이 엿보이는,
결코 어색하게 볼 수만은 없는 그런 내용이었다.

남편의 강연 무대에서 잠시 이방인처럼 서서 주춤대며
약간 정리되지 않은 인상을 주기도 했지만, 그녀는
스스로 남편의 강의를 한층 더 빛내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녀의 평범한 얼굴에서 지식인의 그윽한 기품을
느꼈다.

아름다운 외모와 세련된 몸짓.
그리고 화려한 의상은 물론 아니었지만, 그녀는 충만한
지성(知性)이 느껴지는 기품있는 학자의 모습이었다.

사실 내 개인적으로는 기철학자로 유명한 도올 김용옥씨와
사는 분이라 과연 어떤 분일까 상당히 궁금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보고나서 도올에 대해 더욱 더 존경
하는 마음과 애착이 갔다.

그는 진정한 학자로서의 기품과 인격을 그의 아내와
더불어, 우리같은 지식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내가 강의를 하고 있을 때, 중간중간 말을 첨언하며
아내의 강의에 힘을 실어주는 도올을 보면서, 한사람의
지아비로서의 푸근함도 느낄 수 있었다.

아내와 남편이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학문 세계에
대해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존경하는 마음을 서로
표현할 때는 웬지 모를 감동이 느껴졌다.

참으로 아름답고 기품있는, 당대 최고의 학자들로 이루
어진 훌륭한 한쌍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아내.
비록 출중한 외모는 아니었지만, 남편의 학식을 곁에서
열심히 내조하며, 자신의 학문 세계까지도 독보적으로
무한히 넓혀간 그녀는 진심으로 존경심을 갖게한다.

어느 부부든 한 길을 같이 걸어가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며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들 부부는 다소 중국 문화권으로 비치는 독특한 그들
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지만, 서로에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 참 잘 어울리는 부부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아내의 시경 강의를 들으면서 웬지 모르게, 저렇게
한 길을 둘이 같이 가면서 조용히 해로하며 살아가는 그
부부의 모습이 조용히 내 가슴에 잠겨왔다.

정말...... 너무도 존경스러운 모습이었기에, 내가 본
그 어떤 부부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