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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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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은 효자가...


BY 올리비아 2001-11-08

"엄마~ 나 시골에서 살면 안될까?"
"뭐라구??"

16년전 난 지금의 남푠과 결혼을 앞두고
새로운 기로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시댁형제들은 9남매..
아들 다섯에 딸 넷..
울남푠은 막내이다..

문제는..
결혼전에 그와 연애하고 있을때 시어머니 되실분이
병환으로 그만 돌아 가시게 되자 홀로 남게되신 아버지님 때문에
온 식구들이 긴급 비상 회의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9남매중 8명이 서울에서 살고 있었으니
홀로 남게되신 아버님을 당장 모시는게 급선무였다..

큰 형은 당연히 아버님을 서울로 모시고 왔다.

하지만 시골에서 잔뼈가 굵으신 칠순 노인네가
서울 도시 한복판에 산다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건 자식이 생각하고 있는 효도와는 다른
창살없는 감방살이와 전혀 다를바가 없었기에..

결국은 온식구들이 모여 그렇게 회의를 하게 되었었나 보다..

그렇다고 공무원인 큰형이 시골로 내려가 살수도 없었고..
둘째형 역시 회사원.. 세째형은 자영업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이나 형도 서울서 하던 일이 있었다)

나이많은 형들의 뿌리박힌 생활터전과
아이들의 교육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답이 안 나오던중

막 합동 결혼을 하려고 준비중인 싱글인..
바로 위형과 우리에게 화살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가족회의끝에 내린 결론..

아버님 모시고 시골에서 사는 자식에게
무조건 아버님의 유산을 모두..물려 받기로...

어느아들이건 시골에서 아버님을 모시고 산다면
다른 형제들은.. 그 유산을 포기 하기로..

시골살림의 유산이라는게 그리 넉넉한건 아니다..
유동성있는 금전이야 무에 있으리오....

가지고 있는 과수원과 많은평수의 땅들과
앞마당 넓은 시골집...

돈으로 환산하면야 많은 돈이 되겠지만서두..
그게 어디 시골에 살면서 죄다 팔아서 돈으로
갖고 산다는게 어디 현실에 가당키나 한소리겠는가..

결혼을 준비중인 난 그런 소리를
전해 듣고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시골이라고는 방학때 며칠 외가집에서
멱감고 수박 서리하며 놀다 온 추억밖에 없는
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처럼..

시골의 전원생활을 마치 남진의 노랫말처럼..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백년 살고 싶은..

그런 착각아닌 환상에 빠져
그렇게 엄마한테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소리라며
너가 시골 생활이 어떤건 줄이나 알고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
너처럼 게을러 터진게 무신 시골이냐..

하여간 괜시리 반 호기심으로 던져 놓은 그말 한마디로
내가 엄마한테 얻어들은 욕은 아마두 한..삼박사일 갔지 싶다...ㅎㅎ
(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우습다..)

그래서 결론은

우리와 합동 결혼식을 치룬 바로 위형님 내외가
결혼과 동시에 서울의 연고를 과감히 털고
시골에 내려가서 살게 되었다..

구렇게 홀로 남은 시아버지 모시고 형님내외가
애들 하나둘 낳으면서 몇년이 지나고

70넘은 아버님은 그만 중풍으로 누워 계시게 되었다..

그렇게 오줌똥 다 받아내며 병수발 3년을
어린아이 키우듯 형님내외가 모시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

그 넘겨준 유산의 댓가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아니 오히려 부족하면 부족했지
넘쳐 보이진 않아 보였다..

기골이 장대하신 노인네 병수발을 하면서
아마 짜증도 많이 났었겠고..그러면서 정도 들었겠고..

그렇게 보낸 애증의 세월들이 짧지는 않았으리라..

그렇게 3년의 노환으로 그만 숨을 거두시면서
가장 슬피우는 자식은.. 아버님이 그리 아끼시고
찾으시던 장남.. 큰 아들이 아닌...

바로 함께 시골에서 아웅다웅 살던
그 작은형님 내외임을..

돌아가신 아버님은.. 아실런지...

유산은..장남 차남순이 아닌..
효자순으로 받아야 됨을..

풍족한 유산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아버님께서 평생을 흙과 함께해서 이뤄 놓으신
이 대지를 아들중에 가장 아버님 닮은 자식이 물려받아
흙과 함께 네 아이들 낳고 알콩달콩 그곳서 살고 있으니..

이처럼 아름다운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유산에 조건이 있었긴해도 과감히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들어간 형님 내외분에게..

그리고 아버님의 안위를 생각해서
모든 유산을 포기한 형님들 에게도

아낌 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음이다..

유산은..
장남 차남순이 아닌..
효자순으로..

주어져야 된다고 나름데로 생각하면서....





*콩트방과 에세이방에 같은 글 올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