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정리하다 낡은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아주오래전 스물 아홉살 생일에 아버지가 선물해주신
노자의 도덕경을 우리말로쉽게 풀어놓은
언덕의 노래 라는책이다
책 첫장엔
사랑하는 큰딸 스물 아홉살
이세상에 태어난날 잊을수 없다
아버지가
이렇게 씌여있다
큰딸 생일난 출근길에 들려서 주고가신 선물이었다
그책을 선물하시고 바로 아프시기 시작해서
아마 아버지께 받은 마지막 생일 선물일게다
울 아버지의 눈에 익은 글씨를 보자
눈물이 왈칵 밀려왔다
꿈 많던 여고시절 가끔 학교로 엽서를 보내주셔서
친구들에 부러움을 받곤 했었지
결혼하고 고생하는 딸이 맘에 걸려
월급날이면 못난딸 불러 하얀 봉투에 몇만원에 돈을 넣어
이것은 구두를 한켤레 사신어라
이것은 멋진 가방을 하나 사라 하시며 주시던 울아버지
아버진 아주 오래 병환중이시다
젊은시절 엄마 속도 많이 썩이시고 많은 여인네들과
연애를 하시던 울 아버지
그런데 우리 사 남매는 아버질 미워하지 않는다
언제나 우릴 인격적으로 대해주셨고
넘치는 사랑으로 키우셨기 때문이다
처음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을때는 울면서 달려가고
구급차가 윙윙거리며 달리면
가슴이 떨리곤 했는데
언제 부턴가는 별로 신경도 쓰지않고
자주 찿아가 뵙지도 않고
적지만 매달 드려야 하는 생활비가 짐스러 지기도했다
정신은 아직 맑으신데 늘 누워서만 생활하시기에
아무리 치워도 냄새가 베어있는 아버지방
환풍기를 틀어나서 늘 싸늘하던 아버지방
지금도 돋보기를 쓰시고 책을 읽으시는 아버지신데
너무 오래 이십년이 가까워오는 시간을 투병중이신 아버지 때문에
고생하시는 엄마가 더 안쓰러워
이젠 돌아가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곤했다
얼마전 엄마가 동네분들과 도자기 축제에 다녀오셨는데
길이 막혀서 제시간에 못오고 밤늦게 집에 도착했는데
마루에 불을 켜있어서 깜짝놀라서
누가 왔다갔냐고 물었드니
당신 들어오는데 캄캄 할까봐 기어나가셔서
불을 켜놓았다고 하시기에
엄마가 가슴아파 한참을 우셨다고 한다
아버진 내게 그러셨다
사람이 죽고싶어도 죽을수 없다는게 정말 잔인한 일이라고....
그리고 당신이 돌아가셨을때
아무도 아쉬워 하지 않을것을 생각하면 슬퍼진다고...
아버지 생각을 하니 맘이 서글퍼진다
부모님이 주신 사랑에 비해 넘 초라한 자식의 맘
아버지가 선물해 주셨던 나의 소중한 책을
오늘밤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아버지 춥지 않게 따뜻한 쉐타를 한벌 사다드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