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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의 외출을...


BY gsundaddy 2001-11-06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겨울의 모습으로 다가오는게
조금씩 가슴 한켠을 울렁이게 합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오랫만의 친정으로 나들이를 했습니다.
결혼한지 8년이지난 나는 집안에서 두딸아이와 남편,시어른들과
사는 그저 평범한 주부입니다.
해가 가면서,아이가 자라면서,자꾸만 부모님에 대한 나의 그리움은
자꾸만 커져만 갑니다.
학교 다니고 뭘 모르던 시절에 늘 엄마가 하시는 잔소리가 너무
싫고 짜증났던 그 철부지가 이제는 엄마의 그 잔소리가 너무 그리워
가끔은 어린아이 처럼 나도 모르게 주체못하는 눈물에 놀라곤 합니다.
늘 호랑이처럼 무섭기만 하던 아빠,아니 늘 그럴것 같았던 아빠를
시집을 가고 큰아이를 낳고 나서야 ㅇ어이없게도 깨달았습니다.
잔소리가 너무싫고 너무 보호해 주시는 엄마의 사랑이 귀챦아,
아빠의 무뚝뚝함과 엄하신 모습에 너무 작아지는 내가 싫어 탈출아닌
탈출로 해버린 나의 결혼은 흡사 토끼를 피하려다 호랑이굴로 들어간 격 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슴 한구석에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끌어안고
추억속에 헤메일때도 더러 있엇습니다.
첫사랑의 추억보다 가족에대한 그런 늦깍이 사랑을 이제야 나 혼자
만들어 갑니다
추석 이후에 첫 나들이라 나는 설레엇지만 남편은 경기도에서
서울로 방향을 트는 내내 토요일이라 차가 막힌다는둥 이래서
서울 나오기 싫다는둥 ..계속 옆에서 둥둥거립니다.
평일엔 1시간이면 갈 거리를 3시간이 되어서야 도착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부모님과 저녁을 먹고 남편의 제의로 서울온 기념으로
영화 한편을 보기로 했습니다.
주방을 이리저리 분주히 다니시던 엄마께서 함께 가자고 하셔서
부지런히 9시표를 끊어서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상영 기다리며 좌석에 앉아 계신 엄마의 얼굴이 너무 작아보여
가슴이 시렸습니다.
"엄마와 신랑을 양 옆에 끼고 앉아보는 영화의 맛이 이런거 구나"
엄마에게 무심코 한마디 건넸습니다.
"엄마 영화 본지 얼마나 됐어?"
"응.한 22년 되나? 너10살쯤 중앙 극장인가 가보고 못 가봤지?"
그리곤 영화가 시작되어 엄마와의 대화는 끊어졌지만 영화 보시면서
즐거워 하시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기뻤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주름지고 초췌해지는 엄마의 가을을보니 가슴이 너무 아픈걸 느꼈다.
끝나는 내내 깔깔 거리시는 엄마가 소녀의 모습으로 잠깐이나마
나들이 할수있었다는거에 다소 위안을 해봅니다.
시도 좋아하시고 영화도 좋아하시고 쇼핑도 좋아하시는 엄마,
세월이 엄마에게 좋아하는것,하고싶은것,모두 과거에 맡기고
이만큼의 현재로 조용히 다가서시는 엄마의 모습에서 이제는
너무 오랫만의 외출을 다시 권해드리고자 합니다.
너무 멀리와서 엄마의,아빠의 사랑을 깨달은 내가 내 아이들에게
그 만큼의 사랑을 어떻게 가르칠수 있을지 버겁지만 그래도 열심히
사랑을 가르치려 합니다 .엄마,아빠처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