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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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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그리움....부질없음.


BY 들꽃편지 2001-01-31

바위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알알이 흩어지는 구슬.
바위위에 펼져진 하늘은, 짙어졌다 옅어지는 쪽빛 휘장.
바위에 새겨진 부천님은, 종교를 향한 인간의 거대함.

그 바위엔 우리네 인생처럼 외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둘이선 걸어갈 수 없게 만든 높고 좁은길을 걸으며
잠시였지만 인생은 혼자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순백의 아름다움과
여백의 여유로움이 석모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고
가파른 언덕과
백팔번뇌를 일깨워 주는 계단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갈등하는 나를 한가지 생각으로 뭉쳐주었다.

설레임으로 온 몸을 감싸던 새로운 날이 있었다.
그리움 때문에 밤 새 뒤척이던 긴긴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세월이 부질없음을
지금 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차창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는 흙빛이였다.
차창에서 눈높이로 보는 섬나라는 호젓하면서도 쓸쓸했다.
차창에서 올려다 본 하늘엔 구름이 살지 않았다.
가슴 밑바닥에 갈아 앉았던 내 남은 사랑이 슬픔으로 휘저어
탁하게 엉켜버렸다.
흙빛 바다처럼...
쓸쓸한 섬나라처럼...

너무 아름다우면 슬프다는 생각이 왜 들까?
슬픈음악만 골라 들으며 왜 나는 청승을 떨까?
자연만이 날 반겨주고,
자연만이 날 배반하지 않는다고...
그 외의 것들을 믿지 못하는 나.
내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설레임...오래된 이야기였다.
그리움...흔적만이 남았다.
부질없음...사는게 이런거야.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석모도로 떠나는 어제 아침이 그랬다.
중간쯤의 우리는 참 행복했다.
배를 타고 건널 수 없는 바다를 건너며 가까이 보이는
석모도의 신비감에 행복했다.

강화대교를 건너며 여행을 마무리 했다.
우리도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
추억으로 돌리든
아쉬움으로 남든...이제는 과거로 남았다.

시계바늘이 앞을 향해 돌아가면,
잊고,잊어버리고,잊혀지겠지.
설레임.그리움... 다 부질없음을 나는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