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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주는 의미의 통속성때문에.....


BY 칵테일 2000-10-09

많은 사람들이 이 에세이코너에서 '그 무엇인가의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리 아줌마들이 올리는 아마추어 작품이래도 제대로 된 작품을 보고 싶은 데, 실제로는 함량 미달의 글들이 더 많이 올라온다는 은근한 지적도 있다.

심지어는 작가와 독자를 구분하자는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나는......
비교적 여기에 글을 많이 올리는 사람으로서 내 생각을 적고 싶다.

어느 코너나 그렇겠지만 알게 모르게 이 곳에선 특히나 보이지 않는 '선'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느낀다.

확실한 것은, 많은 수의 사람들이 특정아이디로 올린 글을 주목하고, 또 그 글들이 많은 수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다.

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어떤 사람'이 올린 글은 그 내용에 관계없이 잠재된 '독자층'을 갖고 있다는 소리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바로 그 '어떤 사람'이 되는 경우보다는, 더 많은 부분이 나역시도 평범한 '독자층'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에 다른 사이트에서 본 내용인데, 내가 무척 놀란 일이 있었다.

그 아줌마가 쓴 글은, 자기 남편이 하두 외박을 잘한다고 아예 제목은 남편은 외박왕이라고까지 썼는데......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많게는 한달에 20번이상을 외박한다며 그 의 아내로서 살아가는 아픈 사연을 담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사연에 비해 그녀의 글은 너무나 장난스러웠고 경망스러웠다.

그 글을 읽고 난 후, 나는 영 마음이 개운치않고 나중에는 '여자가 저러니 그 집 남자가 집에 들어오기 싫은 것도 이유는 있겠다....' 뭐, 이런 식의 생각까지 슬그머니 들었다.

내가 만약 그 상황이었다면, 그런 장난스런 글을 쓸 정신에 남편과 어떤 식으로든 그 문제를 해결하려 들었을 것이다.

그걸 보고 '글'이라는 것이 얼마나 그 사람의 됨됨이를 엿보게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미도 다시금 생각했었다.

그랬다. 여기에 올라오는 많은 글들 중에는 그야말로 '낙서'에 불과할 수도 있는 글들도 아주 없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아줌마닷컴에서 일부러 '사이버작가'라고 코너를 정해, 그것도 장르마다 세분을 해준 곳에 글을 올리는 사람이라면 나름대로는 그 장르에 충실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아는 사람이 올린 글에 사적인 리플을 달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걸 '개인적인 내용은 메일로 보내라'고 따끔한 글을 다시 올린 분도 계셨다.

그가 그렇게 쓴 글 역시 '에세이'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글이라는 '자기모순'의 우를 범하면서.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대체 뭘까.

그것은 바로 '아줌마'라는 사회적인 의미가 주는 통속성과 실제 아줌마들의 수준과의 괴리감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많은 수의 아줌마들이 무식하지도 않거니와, 몰염치하지도 않다.

대통령 영부인도 아줌마라는 신분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데, 유독 전업주부에 대한 폄하된 사회의 인식이 아직도 변화되지 않아서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보니 정작 '아줌마'가 '아줌마의 속성자체를 부인하고 나서는 자가당착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왜 아줌마들이 쓰는 에세이는 '작품성'의 유무를 가지고 심판을 받아야하는가.

십대나 아저씨들이 쓰는 글들이 대부분인 이 인터넷의 그 많은 사이트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데, 유독 왜 아줌마들이 모여드는 이 사이트에서만 작품성이 있네없네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말이다.

그것이야말로 무서운 사회적 편견의 연장선 아닌가?

아줌마들이 글을 쓴다는데, 뭐 얼마나 알량하게 썼겠냐? 또는 뭐 좀 썼다는데 도대체 내용이 왜 그러냐...... 이게 무슨 에세이냐, 제대로 된 걸 좀 써서 올려라....등등.

사람들이 왜 남의 글에 탐닉하는가.
작품성이 보장되지 않았음에도 왜 유독 아줌마들이 쓴 글에 같은 아줌마들이 거의 떼로 몰리다시피하며 글을 보는가.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호기심이며, 또한 나는 잘 살고 있나하는 것을 스스로 검증받고 싶은 욕구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전업주부들의 경우 오지랖이 상당히 넓지 않고서야 남의 삶을 깊숙히 들여다본다는 것이 고작해야 드라마 시청 정도다.

아무리 절친한 친구사이라 할 지라도 남의 가정사 궁금하다고 그걸 일일이 들춰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보면 점점 내 생활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고, 다른 사람과 내 삶을 상대평가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런데 이 아줌마닷컴에서는 그런 기본적인 욕구 충족이 된다.

여기에는 그야말로 별별 일을 다 겪고 사는 '아줌마들의 삶'이 파노라마로 엮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개중에는 작품성도 있고, 가독성이 뛰어나게 글을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설픈 글쓰기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글의 형식이나 모양보다는 그 글을 쓰는 이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를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을 하고 싶다.

나이 서른 넘어 새삼스레 글재주가 느는 것도 아니고, 글재주도 어찌보면 타고난 천성에 가까운 부분아닌가?

그렇다고 없는 글재주라 글을 쓰고 싶은 욕구 자체를 포기하라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나는 감히 단언한다.

우리가 학창시절 그렇게도 품에 품고 다니며 읽었던 유안진, 신달자, 이향아.... 이런 님들이 글이 설령 여기 실린다한들 과연 지금 우리가 예전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나는 이번에 굉장히 큰 충격을 받은 게 있었다.

내가 묵향으로 올린 글 한편으로 그렇게 많은 분이 내게 보여준 따뜻한 시선과 격려, 그분들이 나눠준 인정어린 마음씨에 내 눈시울이 새삼 붉어지는 일도 경험했다.

나는 여기 올라온 모든 글들에 나름대로의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일부러 장난친게 아닌다음에야 그들은 그들나름대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올린 것이리라.

나는 모든 것을 떠나 그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을 설령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하더라도 읽는 우리가 써내려가지 못한 부족한 부분도 (행간을 읽어내는)읽어낼 수 있는 성숙한 가슴을 가져야한다고 본다.

이제와서 새삼스레 작품성을 논하는 일은 더 이상은 무의미하다.

정말로 작품성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그는 여기가 아닌 서점으로 달려가 기성 작가의 세련된 글을 보면 될 것이다.

나는 글을 쓰는 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읽는 이가 어떻게 읽어내는가 하는 게 더 의미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무슨 글이든 불문하고 토크토크에 올리는 것이 더 조회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조회수도 별로 높지 않은 이 에세이에 고집스럽게 글을 올리는 이들의 충만한 감수성을 나는 사랑한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을 쓰고자할 때 한번쯤 더 생각하여 좀 더 마음에 있는 걸 글로 써서 올린다면 좀 더 수준높은 에세이코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아줌마라는 사회적인 통념자체가 먼저 바뀌지 않고서는 주기적으로 이 작품성유무는 끝나지 않은 화두가 될 듯 싶다.

아줌마라는 의미가 실제의 아줌마보다 훨씬 평가절하되어있다보니 수준높은 '아줌마'들의 자존심이 그런 상황을 만들었나보다.

그러나 나는 어떤 의미로든 내가 대부분의 삶을 '아줌마'로 살아간다는 것이 싫지는 않다.

아줌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므로.
엄마로서의 삶이 그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 아닐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이 에세이코너가, 이 나라 많은 아줌마들의 삶을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하여튼 이 에세이에 올리는 모든 분들이여, 건필을!!!!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