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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입니다


BY 들꽃편지 2001-11-03


11월입니다.
가슴 한 칸이 비어가는 11월입니다.

11월입니다.
가슴 한 칸을 채울 수 있는 11월입니다.

11월입니다.
가슴 한 칸부터 차곡차곡 물이 들어
한 칸부터 물이 후둑후둑 떨어지는 11월입니다.

우린 언제나 삶의 길목에서 서성거립니다.
이 길로 가야하나 저 길이 편할까?

우린 매일 삶의 길목에서 마음을 조립니다.
이 길로 기웃거리며 저 골목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며
이 길이 내 길일까?

삶의 길목은 처절합니다.
삶의 길목은 기다림입니다.
삶의 길목은 나 혼자만의 선택입니다.

그 길 끝은 허무도 후회도 눈물도 다 소용없습니다.
다 내가 짊어지고 갈 내 몫이고 내 삶입니다.

내일도 하나의 길을 선택해서 걸어가야 합니다.
조금의 설레임과 조금의 부담과 조금의 고움을 가지고
길을 나설겁니다.

두 갈래의 길...
우린 언제나 두 갈래 길에서 망설이다
한 길로 들어섭니다.

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습니다.
한 친구를 놓고 둘이서 질투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내 좋아하는 친구를 다른 친구에게 배앗기고 싶지 않아
밤늦도록 편지를 쓴적이 있었습니다.
친구를 다른 친구와 같이 공유하는냐
이대로 다른 친구에게 가게 놔 두느냐?
결국엔 그 친구를 보내고 혼자서 운적이 있었습니다.

결혼을 할 때도 그랬습니다.
사랑을 선택하는냐
조건을 선택하는냐?
그랬었는데....................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이 것을 포기하느냐
저 것을 포기하느냐?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했습니다.
하나를 가지면 다른 하나를 내어 주어야합니다.

나뭇잎도 앞뒤가 있고
작은 그릇도 앞과 뒤가 있고
책도 하늘도 바람도 앞모습과 뒷모습이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얼굴이 있고 뒤통수가 있듯이...

11월입니다.
이제 내어주어야 할 시간입니다.
여름내내 보아 온 푸르른 나뭇잎이 다음 해 봄을 위하여
가진 것을 땅으로 돌려 주어야 할 시간입니다.

이제 거두어 들여야 할 시간입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가꾸어 온 화단에서 씨를 받아야 하고
열매를 거두어 들여 봄에 모종 할 씨를
썩지 않게 보관해 두어야 할 시간입니다.

11월은 그런 날 입니다.
보내고 거두고 남고 떠나보내야 할 날입니다.

내일 난 떠날겁니다.
11월의 하루를 떠나 11월의 하루를 보탤겁니다.
그러면서...
잃는것이 있고 거두는 것이 있겠지요.
가을을 접고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11월을 기대 반 떠남 반으로...
그럴겁니다.

오늘도 하루만큼 나뭇잎이 후두둑 지는 11월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