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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보다 못한 몸짓


BY 들꽃나라 2001-10-31

 새벽 향기 코 끝을 간지럽히고 
 여전히 남은 상수리나무 열매 
 후두둑 지붕위로 뒹굴며 떨어진다. 
 뒷뜰에 수북히 쌓인 열매 쓸어모아야지 
 하면서도 늘 바쁘다는 핑게로 자동차 바퀴에 
 눌려 아우성치며 튕겨나는 것을 볼 때 마음이 아팠다. 

 다람쥐란 놈들 어디메 가을 소풍 간 것인지 
 겨우내 양식 없어 요리조리 힘들어 할 터인데 
 아무리 찾아도 뵈지 않는다. 
 며칠전 바구니에 쓸어담은 열매를 하나 둘 
 집어다 나르는 것을 보며 씁쓸히 웃었다. 

 바보들 .. 내가 먹으려는줄 아는가봐 
 지들 겨울에 눈덮힌 동네에서 굶주릴까봐 
 미리 담아 보관하려는데 널려진 열매는 본척도 않고 
 해필 열심히 긁어 모아둔 저장용열매를 가져갈께 모람 

 행여 
 나는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기도든 말씀이든 돌아보는 마음이든 
 생각이나 마음의 여유가 풍성할 때 
 보다 넉넉함을 여력으로 두워야 힘들 때 
 조금씩 가져다 나를 지켜낼 수 있을텐데 
 행여 
 날 위해 미리 예비한 것 인줄 모르고 
 콩당거리며 슬쩍 슬쩍 빼내버리진 않았을까 

 창 문밖에 소슬히 살랑이는 나뭇잎도 또 다른 
 몸 짓으로 움직여지는 것 같다. 바로 이듬해를 위해.. 
 내 준비와 변화와 사라짐은 늘상 근시안적인것 보면 
 말 없이 자연의 순리에 몸 맡기는 나무만 못한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