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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14

친정엄마


BY 1062001yoo 2001-01-23

내 친정 엄마는 막내 며느리다. 그녀는 스므살에 꽃가마 타고 시집을
와 환갑이 훨씬 넘은 나이가 되었지만,아직도 부엌일에서 해방을
맞이 하지 못했다. 일을 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허리가 아픈
그녀에게 있어서 명절은 고역이다. 제사 준비에 찾아 오는 가족들
밥 해 먹일려면 허리가 끊어질듯 아파온다.

그녀에게 있어서 살아온 세월은 전쟁의 연속이었다. 4녀 1남의
어미로서 자식들 헐벗지 않게 하기 위해 해 본 장사만 해도 수 없이
많다. 강원도에 살았던 그녀는 옥수수 장사,올챙묵장사,갖가지 채소
장사,서울 와서는 연탄장사,식료품점,고추장사,수박장사,과일장사
쌀장사,철물점,나중에는 보험회사 설계사까지 실로 안해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온갖 장사를 해 본 경험의 소유자다.

그녀의 남편은 막내 아들로서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 한 때 우리
나라를 좀먹게 만든 아편을 하느라 가산을 탕진하고 그 많던 땅 다
팔아 먹고 결국은 검은 탄광 막장에서 무연탄을 파 내며,우리 나라의
산업역군으로서의 일을 20 여년이나 해야만 했다. 그 결과 진패증에
시달리며,고생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젊은 날은 복잡한
여자 관계와 술에 찌들어 살던 날의 연속이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오늘은 이 자식 걱정 내일은
저자식 걱정 다른 어미,아비와 다를 바 없는 나의 부모님들이다.
친정엄마는 첫딸 놓고 다음엔 아들이려니, 하고 기다리고 기다려
결국은 딸만 다섯을 두게 되었고, 그 중 하나는 어릴때 놓이고
말았다. 함께 뫼시던 시어머니의 따거운 눈총에 아들 못 낳았던
설움에 드디어 대한민국 만세! 마흔이 넘은 나이에 결국은 아들을
두게 되었고 그 아들이 어찌나 좋고 든든했던지 아들 낳고 나서
세상에 부러울게 하나도 없었다고 술회 하신다.

친정에 큰 아버지 두 분이 계셨는데 엄마는 막내 임에도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모셨고 결혼한 이듬해 시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시어머니는 20 여년을 모시다 돌아가셨다. 첫째 큰아버지는 일찍
돌아 가셨고 둘째 큰아버지는 양자로 갔다고 해서이다.
막내 시누도 데리고 있다가 시집 보내고 온갖 집안 큰일은 엄마의
몫이었고 우리 집에는 거의 사촌들이 함께 와 있었다.
그 사촌들이 이제는 장성해서 가정을 이루고 명절때면 친정으로 모두
모인다. 그러면 모든 부엌일 차지는 엄마담당. 물론 조카 며느리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모든일을 주관하고 준비해야만 한다.
그리고 아들은 아직 결혼전이니 며느리가 아직 없는건 당연하다.

이 밤도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있을 나의 엄마, 어서 동생이 장가를
들어야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