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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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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주전자를 닮고싶은 나.


BY 봄비내린아침 2001-01-21

너무나 혹독하게 추운 몇일이었다.

매장안에 두었던 생수통이 밤새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꽁꽁 얼음이

되고 말 정도로.

아침에 스위치를 넣고, 예열을 하여 30분쯤을 기다려도 물이 되질

않는다.

매일아침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 생각에, 생수를 이용한 후 구석진 곳

에 밀쳐 둔 전기주전자를 찾아냈다.

스위치를 꽂기가 무섭게 작은 파열음을 내며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한

다. 기술의 힘, 문명의 힘이란 참으로 위대하단 생각이 그 순간에

왜 들었을까? 예전엔 전기주전자도 꽂아두고 10여분은 족히 기다려야

했는데, 신기하게도 금새 수증기를 올리며 물이 끓어오른다.

적당히 끓어오른 주전자는 제 스스로 딸가닥 소리를 내며 과열되지도

않고 알아서 자신의 열기를 다스린다.

나도 저 전기주전자를 닮을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이 문득 스친다.

전기주전자 처럼, 좋아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그런 것들을 이쯤이다

싶을 때, 적당한 한계를 그으두고 제어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다

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것이며, 남들에게 깔끔한 사람으로 남을까?

미그적 미그적거리며, 놓아야할 때 놓지 못하고 잡아야 할 때 잡지

못하고 판단도 왔다 갔다 하는 나..

딱 그 쯤서 미련없이 딸가닥 소리를 내며 끓기를 멈추는 전기주전자의

자동제어장치 하나 누가 선물해주면 좋겠다.

지금의 나는 행여, 연탄불위의 양은 주전자는 아닐까?

누가 와서 어거지로 꺼내주지 않으면, 제속이 타고 시커먼 연기를 품

어 온 집안을 얼룩지게 할 동안 미련스레 맘을 옮기지 못하는..

나는 연탄불위의 양은 주전자이지 싶다.

나이 서른 다섯의 아줌마인 나

전기주전자처럼 끓고 싶을 때 화끈하게 끓어올랐다가, 이건 아니다

싶을 때 냉정하게 그만 둘 수 있는 그런 사람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