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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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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이 캄캄하기만 하다!!


BY 실버들 2001-10-25

며칠전부터 였나보다.
잠자리에서 헛것(?)이 자꾸만 보인다며 자다가 안방으로 쳐들어오는녀석을
늘상 폭력적인 게임이나 하고 그런 책만 보아서 그렇다고 혼내키며 보내곤했다.

그래도 계속 뭔가 불안해보여 변화를 좀 줘 볼까 생각하고는 아이들과 의논해서
두녀석 책상을 한데 몰아넣어 큰놈방은 공부방으로
침대를 나란히 놓고 작은녀석방은 침실로 새롭게 꾸며보았다.

장난끼가 가득한 작은녀석 탓에 조용한 큰놈이 싫어할것 같아 염려스럽긴 해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보담은 나을 듯 싶어 찾은 변화인데
의외로 큰놈도 좋아하는 듯 해서 일단 성공이다 싶었건만..

엊저녁엔
큰놈이 엄마한테 털어놓을 고민이 있는데 조건은 아빠한테는 말씀드리지 말라는 거였다.
미련한 놈 혹시 왕따라도 당하는거 아닌가 싶어 덜커덕 겁이났다.

작은 일도 크게 확대해석하는 아빠의 성격을 이놈이 몇번 경험했는지라
툭하면 아빠한테 비밀로 해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하지만
이 번은 몇칠간 잠까지 설쳤던걸 알고 있음이어서 더욱이 그랬다.

" 그래! 착하다!! 어떠한 고민이든 엄마랑 같이 해결하며 훨 수월하단다.
항시 고민은 털어놔야 하는거야!! " 하고 다독이며 만반의 준비로 가슴을 열었는데..

" 선생님한테 메일 좀 보내주세요!"
아무리 궁리해도 방법이 없어요.."

" 지일이가 갖고 온 카드를 내가 좀 보자고 해서 꺼냈는데
그때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학교에 그런거 갖고 다니지 말라며
선생님이 카드 50장을 압수했어요..!!"

" 8장에 500원 하는건데요..
자꾸만 물어내라해서 내 용돈으로 사줄려고 해도
자기꺼 그대로가 아니면 안된다며 못살게 굴어요.."

며칠동안 그래서 끙끙 앓고 있었던 거였다.
집에서 특별히 주눅이 들게 해본적도 없는녀석인데 이제 머리가 조금은 커졌다는 얘기인지
즉각 말을 안하고 혼자 고민을 껴안고 있었던거다..

그래서 식성좋은 녀석이 입맛이 없다며 좋아하는 찬이어도
몇술 뜨다 말았다는걸 생각하니 속상해 미칠지경이었다.

" 그래! 걱정하지마라!
엄마가 선생님한테 죄송하단 말씀 드리고 지일이 만나서 해결해주고 그럴께..!! "

어깨를 툭툭치고 한번 껴안아주고는 아이 방에서 나왔는데
잠시 혼란스러웠다.

혼자 해결하게 놔둬야 되는건데 늘 이렇게 사소한 일까지도
내가 해결해줘버릇해서 아이를 마마보이로 만드는게 아닌가?

이정도의 사건은
초등4년짜리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싶어 머뭇머뭇도 했지만 ..

자기깐에는 혼자 해결해보려고 며칠을 노력해보다 방법이 없으니까
엄마한테 하소연한건데 일단은 해결해주는게 상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작은녀석이랑 같은 태권도학원엘 다니고 있어서
관장님을 통해 지일이랑 쉽게 전화연결 할 수가 있었다.

아이들이어서 엄마가 연락하니 덜컥 겁이 났는지
집에 있는 카드를 내일 아이편에 보낼테니까 그걸 받고
그래도 안되겠으면 아줌마가 해결해줄테니까
내일 우리 아이랑같이 울 집에 오도록 하라 했더니 신나하며 의외로 쉽게 대답을 한다.

도대체가 디지몽그림만 그려져있는 카드를 뭔짝에 쓰길래 그 난리들인지 원..
보물 챙기듯 수북히 모아놓은 함을 열어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가까스로 50장을 챙긴다.
나는 고민을 해소시켜준 엄마가 너무 고마워 즉각 "넵"하고 대답하리란 생각에..

" 현수야! 그래도 깨끗하고 좋은걸로만 10장 더 갖다줘라! " 했더니..

" 칫!! 엄마 왜 그래요 !? 50 장만 줘야지 왜 10 장을 더 줘요!!"
하며 고마워하기는 커녕 심통을 부린다..후훗~

에구~ 정말이지
언제면 이 애물단지 다 키워 장가까지 보낼 수 있을까 앞날이 캄캄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