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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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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여자가 나들이를......?


BY 우리 2001-01-20

어둠이 채 걷히지않은 이른아침부터 네여자가 바쁘다.식탁을 닦는 바쁜 손놀림을하는 여자,변기에 앉아 소변보는 여자,양치질하는 여자,방한가득 늘어놓은 가운데 옷을 입는 여자.

네여자는 오늘 눈썰매장에 간다.

백마를 타고 댄스가요를 꽝꽝 울리면서 합창을 한다.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말자고
우리사랑 포기하지 말자고 ~
차 뒷자석이 들썩이는 엉덩이에 몸살을 앓는다

네여자는 '우리'와 그녀의 세딸.참고로 9살,7살,5살.

방학동안내내 빈약한 엄마 지갑을 핑계로 둘째아이가 좋아하는 뮤지컬 한번 보여주지 못하고,스케이트 배우고싶다는 큰애에겐 여름방학을 약속하고, 아이들에게 많이 보여주고 느끼게해주지 못한게 맘에 걸려 눈썰매장에 데리고 갔다
멋진 콘도가 있는 스키장에 가는 사람들보다 더 들뜨고 기분내고.

털모자 푹 눌러쓰고 엉덩이 축처진 솜바지에 두툼한 잠바를 입은 아이들은 슬로프를 보자마자 잽싸게 썰매를 잡고 뛰어올라간다
몇번이고 신나게 눈썰매를 타며 고함도 지르고 깔깔거리고.

썰매타고 내려오다 굴렀다고 으앙~ 울음을 터트리는 큰애
넘어지면 얼른 일어나고 빈자리가 보이면 잽싸게 끼어들어 기다리지않고도 타는 재주가 있는 야무진 둘째
다섯살이나 먹어도 스스로를 아기라고 인정받고싶은 막내는 오뎅,핫도그,코코아같은 주전부리가 먼저고 썰맨 가뭄에 콩나듯이.

바깥구경 못해본 아이들 마냥 천방지축이다
함께갔던 시현이엄마,지민이엄마,호준이엄마랑 커피에 떡볶이에 게다 수다까지......엄마들이 더 좋았나?

집에 가자고조르는 친구가 생기자 큰애가 던진 한마디가 뭉클하다
" 야! 좀더 놀다가자.입장료가 얼만데....."
매표소에서 어른 9000원 어린이 7000원 게다가 네살부터 어린이요금을 적용해서 받는걸보고 엄마는 궁시렁 궁시렁거렸거든요.다섯살짜리 막내를 아직 네살이 안됐다고 우기기까지했으니.

얄팍한 지갑, 잡다한 집안걱정 털어버리고 ,눈과 아이들과 뒤엉켜 구르고,장난치고.마음껏 놀다왔다
돌아오는 길엔 호준이네 피자집에서 맛있는 피자까지 먹고 돌아왔다
이렇게해서 네여자의 소박하고 행복이 가득 담긴 나들이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