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5

어설픈 주부의 궁시렁...(3)


BY 김미애 2001-01-20

한해의 시작을 새로운 마음으로...작은 소망으로 시작하고 싶었는데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난다.

한가정의 중심은 부부이어야 한다고 하는데 아직도 굵은 뿌리를 내리지못하고 잔뿌리에 명목만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뢰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지.
이세상 사람 다 믿을 놈 하나 없더라도 남편만은 그러지않을 거라는 믿음...
하지만 요즈음 스멀스럼 살아나는 뭔가가 영 찜찜하다.

때론 모르는게 약이란 말도 있다지만 문제가 있다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게 아닌가?

남편과 한가정을 이루고 두아이의 부모로서 살아온 지난 세월.
커다란 풍파없이 몸 검강하게 살고있는 것만큼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

아직도 난 뜨거운 연애감정을 담은 남편의 눈길을 받아보는 것을 소원처럼 여기며 살고있는 건가?

남편에게서 바라는 마음으로 남편의 감촉을 손끝으로 더듬거려보지만 남편 스스로 나를 느껴보려고 한 적은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없다.
아니, 전혀 없다.

신혼때는 그래도 팔베개도 해주고...아침에 밥하러 일어나려고 하면 더 자라고...식은 밥 없냐고 묻곤 품에서 놔주지 않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난 남편의 뒤통수에 익숙해져야 했고 남편의 뒷모습에서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을 주체할 수 없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남편...
남편의 무거운 짐을 나눠지지 못하는 나의 무능...
그 좋아하는 술도 많이 줄고 그런대로 일찍 귀가하는 남편...

모든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도 부족할 판에 왜 내마음 한켠에선 휑한 바람이 부는지..

퇴근후 저녁먹고 컴퓨터앞에 한번 앉으면 말한마디없이 일어날 줄 모르고 몰두하는 남편...

남편의 등이라도 만지다 자려고 기다렸는데 이번엔 담배와 재떨이를 들고 거실의 어둠속으로 향하는 남편...새벽 한시인데 이젠 TV에 남편을 빼앗기고 만다.

허전한 손 둘 곳없이 잠을 청해보지만 자꾸 뒤척이다 잠을 쪼개고 만다.
남편의 등에서나마(등돌리고 잠) 체온을 느끼고 싶었는데 뭐가 나를 밀어내는 걸까?

새벽녘에야 옆에 누운 남편의 가슴에 손을 얹었더니 잠결에서 조차 거부하는 남편...


여전히 궁시렁거리는 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