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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구경가기....(남편과 훌쩍 떠나기)


BY 사피나 2001-10-23

신진도의 등대가 그리웠습니다
빨간등대랑 하얀 등대가 마주보고 서서
바다를 지키고
바람을 지키는 그 섬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서해안 작은 섬이면서도
동해안 어느 바다를 연상시키는
그 검푸른 바다가 그리웠습니다

가을을 맞아 더 검푸른 빛을 발할 그 바다가
내 마음을 사로 잡아서
파도에 부셔지던 햇살이 내 마음에 남아서
그 바다가 못내 그리웠습니다

남편과 찾아가는 신진도 길은 너무 좋았습니다
인디언 썸머의 날씨라
아직 단풍은 별로 들지 않은 산이지만
간간히 물든 나뭇잎이 조금은 가을 냄새를 풍기고

너른 들에 다 익은 벼들은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이 잘안되는
그런 풍요로운 빛을 발하면서 풍년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신진도는 연포에서 조금 더 가면 있는
작은 섬이거든요.

우연히 발견한 그 작은 섬은
우리 가족의 보물이 되어버렸구요
마음 복잡한 일이 생기면
등대한테 다녀오자고 조르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버렸지요.

바닷물이 다 들어오지 않아서
방파제엔 굴들이 다닥다닥 붙은것이보이고
사람들이 학꽁치랑 고등어 낚시를 하고
물때 따라 배들이 만선의 깃발을 휘날리며
포구로 들어오고

우린 어제 그 방파제에 앉아서
남편이 드라이버로 굴 껍데기를 벌리면
전 손톱으로 그 굴을 꺼내 먹기를
거의 두시간을 했답니다

짜디짠 바닷물이 처음 입에 들어가면 몸서리가 쳐지지만
그 이후 느껴지는
자연산 굴의 향긋함이
그 방파제를 떠나지 못하게 하더군요

바닷물이 들어와
방파제를 거의 다 적셔갈 무렵에야
굴들이 바닷물속에 잠기는걸
아쉬워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다음엔 애들이랑 와서
신나게 굴따먹어야지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신진도를 거기에 두고

그 이쁜 등대를 그 자리에 두고
집으로 올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제 우리가 집으로 온 다음에도
그 이쁜 등대는 밤새
오가는 배들에게 불빛으로 길 안내를 했겠지요?

애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등대를 보여주고 싶다면
신진도 한번 가보시는것이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