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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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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박이 좋아라~


BY ggoltong 2001-10-23

내게도 직장에 다니며
내손으로 돈을 벌었던 나이가 있었다.
물론 부모님 슬하에서 해주는 밥먹으며
지냈던 태평천하였던 때이다.

우리 친정.
도시에 살면서도
버젓한 마당 한?에 파,콩,호박을 심으며
그렇게 사셨었다.
아가씨때는 뭐 도와주는 것도 없이
괜스리 일을 사서 하는 듯한 친정엄마가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까짓거 파한단 사다 먹으면 될것을
몇 푼 아낀다고 저 고생일까..늘 그리 생각하는
나는 살림하고는 담 쌓은 딸이였다.

가을이면 누렇고 푸둥푸둥하게
우리집 거실에 일렬로 쭈루룩 앉아있던
밉살맞아 보이던 그 호박들.
왠지 거실 격을 떨어뜨린다해서 늘
저녀석들 죄다 삶아먹자고
입버릇처럼 말을 해댔다.
하지만 한번씩 끓여주시는 엄마의
구수한 호박죽 냄새가 집안을 진동시킬때면
그 어떤 사람보다 필사적으로 먹어댔던 나..
정말로 호박들이 들으면 뻔뻔스럽다하여
콧방귀뀔 일이다.

허나 언제부터인가 나의 눈맵시가
그릇과 인테리어,그리고 최종적으로
가계부에 마침표를 찍게 되던날.
나는 이 호박과 얼마나 다정해지고
돈독해졌는지 모른다.
나의 호박예찬에 어쩌다 시골큰집에
다녀오시는 울 시어머니는 매번
내게 탐스런 호박을 선물하신다.
호박선물을 받는날,
나는 겨울양식 비축해놓는 다람쥐마냥
절로 든든해져 밥안먹어도 배부르는
며칠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엇그제 장을 보러 마트에 갔더니
우리집 호박보다 덜 탐스런 호박들이
육천원이네,칠천원이네 하며
가격표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래봤자 우리집 호박에 비하면
용량미달이요,당도미달이다.

내년 이 맘때 까지는 내 입을 즐겁게 해줄
나의 호박들~
오늘도 일삼아 한덩어리 와락 잡아
냉동실에 안전하게 넣어둬야 겠다.
우리 가족들 간식은 이렇게 하여
호박죽으로 첫 테이프를 끊게 되는 것이다.

나는 호박이 제일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