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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집안 이야기(4)


BY 김영미 2000-07-25



<시끄러운 집안 이야기>


앞에서 이어서....



타고 다니던 소형 자동차가 10년이 되었다.

새차를 구입할 때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먼저 눈치를 채고 소나타Ⅲ가 나왔다거나

프린스가 멋있다거나 하며 멋대로 고른다.

평상시 우리 나라의 좁은 도로 사정으로 경차가 제격이라고

주장하던 나는 잠시 당황하였다. 또 그때는

IMF가 터진 직후여서 나의 경차론은 더욱 확고했다.

그러나 남편의 직장 동료 대부분은 소나타Ⅲ나 프린스 등의

중형차를 가지고 있었고 벌써 아내 차가 따로 있는 집도

적지 않았다. 남편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아이들과 그 모든 상황을 이야기 나누었다.

큰 차와 작은 차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어떤 차든지 살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다는 점까지 이야기했다.

그러나 의외로 아이들은 처음과 달리 국가 경제의

어려움(IMF)을 이유로 경차를 사는 것이 좋겠단다.

이런 아이들의 의견은 남편이나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경차를 구입하였고 결정에 도움을 준

아이들이 자랑스러웠다.




우리 집은 굉장히 시끄럽다.

일단은 목소리가 모두 크다.

물론 그 중에서 내 목소리가 제일 크지만 말이다.

시끄러운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우리 집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야기가 심각하게 돌아갈 것 같으면 누군가 나서서

웃는 분위기로 만들어 놓고 만다.

그러면 어려운 문제도 금새 간단해지고 쉽게 풀려 나간다.

중2가 된 큰애는 중간고사 도덕 시험을 그르쳐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정말 한 과목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아까운 일인지 모른다.

왜 하필이면 열심히 외우기만 하면 점수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과목인데 놓치나 속이 상하고 약이 올랐다.

저녁에 아이의 점수를 들은 남편, 나는 너무 심각하고

속이 상해서 아이를 탓했고 아이도 죄를 지은 양

쩔쩔 매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의 난데없는 한마디,

"네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단 말이지?"

우리 모두는 한바탕 웃어 버렸다.

그리고 두 달쯤 지났을까, 기말고사를 마치고 온 아이는

"엄마, 나 오늘 도덕성 회복했어요."

한다.

"도덕성 회복 못했으면 정말 심각한 문젠데!"

"하하하! 후후후! 깔깔깔깔! "




아이 키우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제대로 키우고 있는가 싶으면 딴 길로 들어서기도 하고

'우리 아이, 이것만은 절대로 아니다.' 하던 것도

어느 날 보면 그렇게 되어 있는 적도 있었다.

한때는 잘난 엄마가 되고 싶어서 안달도 하고

왜 나는 제대로 된 엄마노릇을 못하는 것일까 자책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엄마노릇 오래 되지 않은 풋내기 엄마인

탓이었다고 자위하며

엄마 노릇 20-30년 쌓이면 그땐 더 잘하게 되겠지 하며

여유도 갖게 되었다.

자식 키우는 사람은 큰 소리 치지 않는 것이란다.

정말 가슴을 울리는 겸손한 말이다.

아직 아이를 다 키운 것도 아니고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자신이 없다.

여전히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야단치는 날도 있다.

그러나 그저 이제까지 일을 돌이켜 보며

어느 틈인지 내 키를 훌쩍 넘긴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 글을 쓴 이유는

혹시 나처럼 서투른 엄마 노릇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봐

경험을 들려주고 싶었다.

나와 같이 엉터리 엄마 노릇에 시간 뺏기지 말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한시라도 빨리 신나고 행복한 시간을

누리기 바라면서 이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