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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인신매매범과 공범


BY ns05030414 2001-10-23

아이들을 재워 놓고 여편의 마음은 온통 밖으로 쏠려 있다.
?행금지 시간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초 저녁 잠이 많은 여편인지라 눈 말똥말똥 뜨고 기다리지는 못한다.
벌써 몇 번 째 가위 눌려 잠을 깼다.
남편이 돌아오기 전이지만 여편은 밀려오는 잠을 어쩌지 못한다.
자리도 펴지 못하고 앉아서 꾸벅뿌벅 조는 잠인데 설잠을 자는 탓인 지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드디어 남편의 발자욱 소리가 들렸다.
통금 오 분 전이다.
현관 문을 열어주니 남편은 거나한 얼굴에 기분이 좋다.
"오늘 과장님이랑, 국장님이랑, 모두 같이 한 잔 했어."
말단인 자기 처지에 과장이랑 국장이랑 한 자리에서 술을 마신 것이 꽤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근데, 여보, 나 오늘 기분 무지 좋다."
윗 분들에게 칭찬이라도 들었는 지 연방 기분이 좋다며 흥얼거린다.
남편이 기분이 좋다하니 여편도 덩 달아 기분이 좋다.
"당신이 기분이 좋다니까 듣기 싫지 않네요. 무슨 일인데요."
"아, 거 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남편은 술을 많이 마신 듯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어 한다.
자리를 깔아 눕혀주고 여편은 다시 물었다.
"기분 좋은 일이 뭐예요?"
"아, 그거?"
남편의 얼굴에는 다시 흐뭇함이 번진다.
"국장도 있고 과장도 있고 높은 사람들이 많았거든."
"단지 높은 사람들하고 술 마신 것이 그렇게 좋은 거예요?"
"아, 아, 아니야.
오늘 제일 예쁜 아가씨가 내 옆에 앉았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팁을 만원이나 주었다고.
높은 사람들 다 제껴두고 제일 예쁜 아가씨가 내 옆에 앉았단 말이야.
그 아가씨 말이야, 얼마나 예뻣는 지 당신은 모를거다."
여편은 기가 막힌다.
이 것을 순진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 지, 멍청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 지......
아무리 똑똑하고 잘 난 체하는 여편이라도 알 수가 없다.
아뭏든 여편은 이 것을 잘 갈무리 해 둔다.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여편의 머리 한 쪽 구석에는 남편의 약점이 잘 정리되어 있다.
남편과의 싸움이 벌어지면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이 다시 흘렀다.
온 나라가 인신매매에 대한 이야기로 들썩거렸다.
만나는 사람마다 인신매매 이야기만 하였다.
인신매매 이야기를 빼면 할 말들이 없는 지 모두들 그 이야기 뿐이었다.
남편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상에 무슨 할 짓이 없어서......
그 놈들은 어머니도 누이도 딸도 없나?
그런 놈들은 모조리 총살을 시켜야 되는 데 말이야......"
남편은 다혈질이라서 이런 일에는 여편보다 더 흥분한다.
여편은 흥분하는 남편을 말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흥분하지 마세요. 당신은 그 들과 공범이예요."
"뭐? 뭐라고?"
남편은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 한다.
얼굴만 벌개져서 씩씩거릴 뿐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 아닌가요?
당신, 여자 있는 술집 가 본 적 없으세요?"
한참을 씩씩거리다 남편은 조용해졌다.

그 날 이후 여편은 들은 적이 없다.
여자있는 술집에서 남편이 술 마셨다는 이야기를.....
예전에는 제법 자주 들었던 이야기 같은데......
여편은 궁금하다.
남편이 부끄러운 게 뭔지 좀 알게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