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앞에서 친구를 만나기로한 날.
나는 5살된 딸아이와 종묘앞을 거닐었다.
그곳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얼마나 많던지 그 분들에게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에 난 흐믓했다.
좀 더 좋은 시설이 있는 곳에 그 분들의 만남의 장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게 맘대로 되는 일도 아니고..
친구는 조금 늦게 나오려는지 감감 무소식, 딸아이는 종묘 앞을 폴짝 폴짝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
갸녀린 몸체에 지팡이를 의지하며 겨우 걸음을 걸으시는,아마 90가까이 되신듯 보였다.
나는 그분의 눈길이 뭔가 애틋함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다가 할아버지는 딸아이를 불렀다.
손에 쥐고 있는 마시다 말은 콜라캔을 건네주실 모양이었다.
난 순간 어찌해야하나 하는 마음이 교차했지만 이내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주시는 거 두손으로 받기를 얘기했고 아이도 거부감없이, 아니 오히려 뛰어다니느라 목이 말랐었는지 기쁘게 받아 꿀꺽꿀꺽 맛나게 마셨다.
난 잠시라도 주저했었던 맘에 죄송함을 느끼고 할어버지에게 눈인사를 드렸다.
그렇게 삼십분, 난 친구와 엇갈리는 장소에 있나 싶어 아이와 자리를 옮겼다.
멀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떨어진 곳으로.
그 때에 그 할아버지가 아이를 또 부르는 소리가 났다.
난 생각도 못했던 할아버지의 출현에 놀랐고 더욱 놀라는 일이 벌어졌다.
할아버지는 어느새 손에 1000원 짜리 한장을 들고 계셨고 나의 딸아이에게 건네주시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아이는 1000원을 받았고 난 그때의 애틋하게 밀려오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마 할아버지는 당신이 주신 콜라를 주저하지 않고 받아 먹는 아이가 예뻤었나보다.
얼마나 정이 그리우시면....
난 그 천원의 의미에 눈물이 맺혔다.
우리에게 천원은 그리 큰 의미가 아니지만 노인들에게 천원은 얼마나 큰 가치인지 알기에.
걸음도 더디 걸으시는 분이 어느새 우리를 따라오셨나 싶기도 하고 그 할아버님의 야위신 얼굴로 하얗게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짠~ 했었다.
나에게도 시어머님이 계시지만 난 오늘 새삼 다짐하게 되었다.
어머님께 더욱 자주 찾아뵈어 외롭지 않게 해드려야 함을.
같은 거리로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저 만치 앞서있는 분들의 위로가 되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갈곳 몰라 서성이는 그 분들에게 정말 따듯한 공간이 생기길 바라며 난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그분들을 늘 따라야 한다고 말하며 살것이다.
나도 그리 되는데 얼마나 걸릴지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