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베란다에서 내다보니 앞집 옥상이 바라다 보인다.
그 집에 누가 사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꽤 부지런한 이가 사나보다.
옥상의 중간만 빼고 빼곡히 심어놓은 각종 야채가 한눈에 보인다.
갈무리를 잘 하나보다.
멀리서 보아도 잘 자라있는 배추며 파 따위가 보이고
탐스럽게 익어있는 누런 호박이
한아름이나 되게 커 보인다.
여름내 땀흘리며 가꾸었을
그집 주인이 부럽기만하다.
이 가을
거두어 들일수 있는 수확의 기쁨을 맞이할
얼굴 모르는 주인에게
거두어 들일것 하나없는
내 손을 들킨것만 같아 부끄러워진다.
어릴적,
친정 어머니는 자투리 땅 한뼘이라도 노는걸 두고보지 않으셨다.
조그만 마당에 봄에 꽃씨를 뿌려 여름이 지나 차가운 바람이 불어대는
초겨울까지 갖가지 꽃들이 작은 마당을 메우고
흔한 채송화 봉숭아는 물론 이름모를 꽃들로 가득차 울타리없는 우리집을
지나는 사람들은 '꽃집'라고 부르기도 했다.
뒷뜰에는 상추,깻잎,고추며 가지등을 심어
덕분에 우리식구들은 무공해 채소로 식탁이 풍성하곤 하였다.
무엇이든지 가꾸는걸 좋아하시던 어머니,
잘 익은 호박이랑 배추를 보니 엄마생각이 절로 난다.
엄마........
이 나이에도 엄마를 부르면,
가슴 저 밑바닥에서
아지못할 슬픔이 앙금처럼 가라앉아
엄마를 부를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그 슬픔이 피어오른다.
엄마의 따뜻한 사랑이 나에게 자양분이 되어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 그 씨를 뿌리려고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그러나,
엄마의 반에도 미치치않는 나약함을 느낀다.
엄마, 내 어머니.....
오늘밤은 쉬이 잠이 오지 않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