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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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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형 할인 마트에 갔었습니다.


BY sieg 2001-10-13

저는 우리나이로 서른살인 대학원생이고, 2003년도에 유학을 떠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여자친구는 저보다 세 살 연하이고, 저와 학생 부부가 될 각오로 결혼을 약속 하였지요.

물론 부모님들도 다 인정하셨고, 아마 내 년 초봄에 결혼식을 올릴 것 같습니다.

어제,

이미 결혼한 제 여자친구의 동창네 집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놀러 갔었습니다. 우리가 찾아 갈 거라고 해서 일부러 집안 청소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담한 아파트를 아기자기하고 깨끗하게 잘 꾸며 놓아서 처음 들어 서는 느낌이 아주 상쾌했습니다.

제가 개발한 돼지고기 두루치기 요리를 선보이며 맛있게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과일을 깎아 먹고 티브이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현관 문걸이가 고장난 것을 제가 뚝딱 뚝딱 금방 고쳐서 새로 달아 주고 그랬습니다.

그 다음날 우리는 각자의 일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만났습니다. 학교도 같고 서로 자취하는 위치도 가까와서, 늦게 만나는 것이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거든요. 그렇게 만나고 나서, 제가 갑자기 닭똥집을 구워 먹고 싶다고 하니, 그녀는 대형 할인 매장으로 가자는 제의를 하더군요.

처음에 저는, 그깟 닭똥집 내일 먹고 말지 이 시간에 그거 하나 사러 대형할인 매장까지 간다니... 싸게 사느니 보다 차라리 차비가 더 비싸겠다고 어디까지나 속으로 반발심이 솟아오르더군요. 그래서 아주 조금만 투덜거리다가 곧 흔쾌하게 대형할인매장으로 갔고, 그래서 거금 4만 5천원어치의 음식과 기타 용품들을 구입했습니다. 불행히도 닭똥집은 못샀지만 말이지요. 거기다가, 짐이 너무 무거워서 지하철을 타고 오는 것은 너무 무리다 싶어, 택시까지 탔으니 닭똥집 한 번 먹고 싶다고 그랬다가 "에잇 기분이다 5만원(!)" 뭇지마 소비를 해 버린 셈이지요.


저는, 현재 이렇다할 수입원 없이,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에 거의 의존하며 사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또래의 직장인 친구들이 하는 것 처럼 정기적으로 차를 몰고 대형 할인 마트에 가서 생활품들을 구입해서 다음 한 주의 생활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하며 살 수 있는 처지는 못됩니다.

그것은 집안이 빵빵하지 못하면서도, 공부는 계속하고자 하는 대학원생이 가진 어중간한 불안감이기도 하지요.

직장인 남편을 가진 친구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하룻밤 자고 온 다음의 제 여자친구의 반응을 보고, 아무리 내 여자친구가 자신만의 성격이 있다 손 치더라도 내 자신이 여자의 일반적인 성품이란 것에 대한 감 없이 부딛혀 나가면서 알아 나가기만 해서는, 생활 속 작은 순간의 적절한 임기응변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그녀와의 시간을 채워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시점에서 여러 여자를 두루 섭렵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해서, 이렇게 아줌마 닷 컴의 회원이 되어 현실을 바탕으로한 경험으로 부터 우러나온 글을 읽고 또한 글을 남길 수 있는 곳을 이곳 저곳 찾다가 에세이 쓰는 방의 게시판에 처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아줌마들만 글을 남기는 곳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저같은 사람의 글이 거부 될 것 같지는 않아서 실행에 옮겼습니다.

무작위 아줌마, 아저씨, 아가씨, 총각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글들을 남기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빨리빨리 리플라이가 달리기를 바라지도 않을 것이지만, 이렇게 누군가에 의해 수렴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쓰는 글로 부터, 내 여자를 마음으로 사랑하고 또 그것을 현실로 구현해 내려는 노력에 체계가 잡히고 일관성이 유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렇게 아줌마 닷 컴의 문을 두드린 동기이기도 하고 말이죠.



아무튼 어제 밤에, 경제적으로 혹은 육체적으로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그녀의 제의를 거절했다면, 최소한 정신적으로는 그것 보다 더 큰 불합리를 낳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10일 정도를 라면의 맛을 분석하며 살아야 하게 생겼다는 것이지요... ... ... -_-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