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의 첫 운동회가 있었다...
하늘은 푸르고도 높고 청아했다. 아침밥 한 숟가락 더 먹이는 것으로 나의 사랑을 보여주고 아이를 학교로 보냈다.
첫 손자 달리기 하는 것 구경하실 거라며 아침부터 서두르시는 어머님과 학교문을 들어섰다.
만국기가 휘날리고 운동장을 가득 메운 아이들을 보면서 코끗이 찡해져 왔다.
'이 자식이 드디어 생에 처음 운동회를 하는구나' 입학의 감동과 비슷한 울렁임이 가슴을 때렸다.
마음 같아선 아이의 짝이 되어서 졸졸따라다니며 하는 모습마다 눈에 담아두고 싶었지만, 그래도 엄마눈은 망원경인지 멀리서도 하나하나 사진처럼 모습은 찍혀져 왔다.
2,3학년 형들의 경기가 끝이 나고, 드디어 1학년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아들아, 꼴찌도 좋다. 제발 넘어지지만은 말아다오' 우스꽝스러운 소원을 빌며 출발대기선에 서있는 아들을 바라보는 내 가슴이 왜 그리 콩닥거리는지. 달군냄비에 던져둔 깨 처럼 콩닥콩닥.
탕!!! 스타트가 좋았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저넘이 이등일세. 하하핫...' 운동장 바닥에 먼지가 일도록 좋아서 팔딱거렸다.
우리 어머님, 사진찍느라 당신곁 잠시 떠난 순간에 똑 같은 옷 입고 달리는 아이들 중 손자를 못 알아보시고 왜 아직 안 뛰냐고 하시는 참에 "벌써 달리뿟는데예 " 했더니 사색이 노랗게 되시는 것도 너무 죄송스럽고 우스웠었다.
오늘 하루종일 운동장 왔다갔따 하신 보람 하나도 없는 순간이 되버린 것이다.
아버지 달리기가 끝이나고 어머니 달리기가 진행되었다.
머뭇머뭇거리다 '에라이, 미스때보다 몸 불은거 생각하면 달기기가 언감생심'인가 싶지만 아들앞에서 한번 뛰고 싶은 욕심에 신발 벗어던지고 죽어라고 달려댔더니 같이 뛰는사람 신발굽은 어찌 저리도 다행스럽게 높아서 내가 일등이로닷!
빨래비누 두장들고 금의환향 (錦衣還鄕)! 어머님 표정 "우리 며느리 역시 살림 밑천"
아이들 경기 중간에 학부형들 줄다리기가 있었다. 출전을 앞둔 우리반 엄마들에게 "다들 애 놓을 때처럼만 힘쓰면 돼. 단지 힘주는 부위만 틀린거야.제대로 힘써!"
한바탕 웃어대고 시작 총소리와 함께 출산의 고통은 부활되었다.
봄에 개최한 어머니 체육대회 때 줄달리기 후 일주일 앓아 ?떪?생각하면 절대 참석하면 안되는데 그놈의 상품땜에..
이겼다. 치약의 힘은 강했고 우리팀이 이겼다. 오늘 누구 운동회인지 모르겟다.
'우찌 이리 재밌노'
하이라이트 청백 릴레이 . 내 아이가 출전하는건 아니었지만 목뒀다 뭐할까.
오늘 아줌마 스트레스 해소 다 하는거야. 청군이었던 아이의 편이 초반엔 부진했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1등 2등 선두를 확정시키다시피하고, 그래도 최선을 다한 백팀을위해
엄마들은 소리를 질러줬다. "달려라~ 뛰라이~~ 빨리빨리!! 힘내라이~~"
마지막 1학년 남학생들의 콩주머니 던지기가 있었다.
아이들은 열심히 던져대고 바구니를 들고 잇는 선생님의 고개는 점점 숙여지고 (힘좋은 애가 던진 주머니의 위력은 선생님의 고개를 떨굴수 밖에) 청군이 먼져 터졌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첫아이의 첫 운동회는 끝이 났다.
12번 줄 맞춰도 12번 흐트러지는 아이들 보시느라 선생님들 너무 수고하셨고, 도움을 주신 많은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