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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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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36) *가을비 우산속의 세 여자*


BY 쟈스민 2001-10-09

가을비 우산속으로 세 여자가 걸어갑니다.

오랜만의 날궂이에 옷자락이 젖는 줄도 모릅니다.

비가 오는날엔 칼국수가 떠오르나봐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 여자들은 의견일치를 봅니다.

쫄깃한 수육을 쌈에 싸서 열심히 입으로 나릅니다.

그러면서도 쉴새 없이 종알거리는 여자들의 수다는
1시간의 점심시간이 마냥 짧게만 느껴집니다.

셋이서 이렇게 모여 앉는 일도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녀들은 한 직장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이들입니다.

하루중의 1시간 점심시간엔 왠지 그저 밥만 먹고 말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실컷 떠들며 오전 내내 닫고 지냈던 입을
즐겁게 해야만 할것같은 사명을 띠고 세 여자들은 저마다
접시를 깨기에 바빴습니다.

한 여자는 최근에 운동으로 살뺀 이야기를
침이 마르도록 하였고,

또 한 여자는 최근들어 늘어만 가는 뱃살...
허리살에... 부러움 반 시름 반으로
어쩌면 맛없는 점심을 먹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여자들은 만나면 그저 몸매가꾸는 이야기 일색입니다.
삼십대의 아줌마가 20대 처녀 몸매처럼 몸매만 날씬해진다면...
그래서 누군가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것이 무어 그리 큰
의미일까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인기가 있고, 없고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누군가가 지금 자신을 좋게 추켜세운다고 하여서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건 왠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다만, 다른이들을 의식하기 보다는
자신을 위하여 운동을 하고...
자신을 위하여 가꿀줄 아는 여자여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 여자는 똑 같이 서른 여덟해 동안
세상의 강을 건너오고 있었지만
저마다의 삶의 색깔은 참 많이도 다른듯 했어요.

그 중 한여자는 나이를 의심할 만큼 처녀 같은 뒷모습을 갖고
있었지만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그 감정의 깊이가
너무 얕음으로 나도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세상에는 저마다 피해가고 싶고...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모습으로
힘들게... 좀 손해를 본다 싶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고단함만이 있는 건 아닐꺼란 생각이 들어요.

삶의 쓴맛을 아는 사람에게
삶의 단맛의 깊이에
더 많이 감동하고
더욱더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수도 있음을
오늘의 나는
믿고 싶어집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솜씨도 없고, 어려서부터 귀하게 자라고...
일을 잘 못하는 여자는 평생 팔자가 편하게 산다고...

하지만 세상사는 일이 편하다고... 일을 조금 덜 한다고 하여서
겉으로 드러나는 편안함만이 제일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이든, 그렇지 않은 삶이든
나름대로의 희노애락이 늘 그곳에 때론 보석처럼
숨겨져 있음이
우리네 삶의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다른이들의 눈에는 지금 나의 삶이 조금쯤 바보 같고...
아주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진다 하여도
내 자신이 스스로 당당하고
비굴함이 없이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되는 것일진대 ...

사람들은 저마다 너무도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치중하여
사는 듯함이 느껴져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 오후입니다.

안 그래도 비가 와서 축축 쳐지는 오후인데 ...

카키색 버버리깃을 여미어 봅니다
나도 때론 영화속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멋진 가을비속으로 떠나가고 싶어집니다.

친구의 아픔을 헤아려 보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조금은 아낄줄도 아는
그런 내가 될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그칠줄 모르는 가을비 속에서 ...
세 여자는 지금도
각자의 세상속으로 떠나가고 있을 겁니다.

세 여자는
저마다의 사랑을 키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띈 삶을 채색해 갑니다.

세 여자가
다시 만나는 날에는...
서로를 사랑의 눈길로 쳐다볼수 있었으면
합니다.

많은 접시를 깨지 않는다 하여도
그저 묵묵히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들로
언제나 처럼 그 자리에서
나름대로의 향기를 지니며
살아갈수만 있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