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바로앞에 제법 큰 산이있다..
다듬지않은 자연적인 청명산을 9월의 늦더위에도 아랑곳않고
오래간만에 남편과 둘이 얼음물 한통 얼린걸 들고 집을 나섰다.
그날은 평일이라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모처럼
평일날 쉬는 남편과 둘이 오래간만에 산을 올랐다..
산하나를 넘으면 아파트의 중심상가가 나오기에
우린 운동삼아 그렇게 산을넘어 그곳에 가서 점심과
목욕을 하고 4시에 예약해놓은 치과를 가기로 하였다.
오래간만에 우리둘은 손을잡고 산을 오르다
나무벤치에 앉아서 키큰나무 올려다도 보고..벌레들도 들여다도보고..
중간중간에 설치해놓은 운동기구에 남편은 마치
시범이라도 보이는듯 올라타 보기도하고 메달리기를 하였다.
그럴때마다 난 외친다..
"6.5"
"그게 뭐냐.."
"음..지금 철봉에서 내려온 착지가 좀 불안해..자기점수 메기는거야."
"ㅋㅋ"
보이는기구마다 윗몸일으키기 허리돌리기할때마다
난 기분내키는데로 점수랍시고 큰소리로 불러주었다.
"5.8!!"ㅋㅋ
산을 타면서 약간의 경사길에서
오른손을 건네며 난 앞서간 남편을 불렀다.
"자기..소온~~"
'참내 그정도 가지고 무슨 손을 잡으라고..어린애도 내려오겠다"
"어허~~ 이런 무엄~한지고..공주가 그냥 내려가는거 봤어..어여 손~~"ㅋㅋ
그렇게 장난치며 한참을 가다보니 산속에서
그전에 보지못했던 두갈래 길이 나오지 않는가..
한길은 내가 가본길이었고 다른 한길은 잘모르는 길이었건만
울신랑 자기가 전에 함 가본적이 있다면서 그리 가자고 한다..
"그럼 중심가가 나와?"
"응..그럴꺼야.."
그렇게 남편이 가자는데로 산속길을 걷다보니 인적없는
야산의 아주 좁은 오솔길 같은곳이 나오지않는가..
"어머야..뭐 이런길이 다있데.. 정말 시골길같다..
이산이 그래도 제법 큰가보다.."
"그래 보기와 다른데?"
"응..근데 자기 정말 길 알고 가는거야?"
".........."
"엉..왜말이 없어?"
"이상타..여기까지는 안와봤는데.."
"헉@@ 메야?..이런....진짜..미치겠다.."
그렇게 헤메다 나온길..
난 그만 그자리에서 경악을 금치못했다..
그곳은 빌딩들이 모여있는 중심상가가.. 아닌
왕복10차선인 뻥뚫린 고속도로같은 대로변이 나오는게 아니던가..
차들.. 무지막지달리고
사람.. 하나 다니는이 없는 경희대(수원)주변도로.@@
햇빛은 반짝..도로위는 번쩍..차들은 쌩쌩..
"흠마..어쩜좋아 여..기가.. 어디래."
"에구 ..길을 잘못 나왔나보다.."
미쳐미쳐@@@
"내가 자길믿고 따라온 내가 바보지..어째좀 불안터라니..
중심상가는 반대쪽이잖아..목욕은 언제가고 치과는 또 어떻게할거야".
"우리 택시 잡아보자.."
세상에 그 도로는 택시잡을곳도 못되는 그런곳이었다.
인적없는 도로가에 고속도로같이 뻥뚫린 이길에서
그 누가 택시를 타려는 사람이 있으랴..ㅠ.ㅠ;;
이렇게 우린 황당한 모습으로 티격태격..
울신랑 겸연쩍게 웃으며 내손을 잡아끈다..
"쫌만 걸어가면 나올꺼야~"
"뭐가 쫌이야 한참을 돌아가야 되는데..산을 다시오를수도 없고.
미쳐내가..양말도 안신어서 발꼬락도 아퍼 죽겠고만.."
"에이..운동삼아 우리 좀 걷자..ㅋㅋ"
"뭬라구.. 운~~동?"@@
이렇게 투덜투덜대며 어이없게 우린 뜨거운 땡?倂堧?걸으며
혹시나 하는맘으로 택시가 설까싶어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ㅠ.ㅠ;;
그러던중..
전혀 기대하지도 않은 우리의 손짓에 너무나 고마운 택시한대가
샤삭~~ 멋진운전솜씨로 3차선에서 우리곁으로 다가오는게 아닌가..
흠머... 세상에..고마워라..감사해라..^0^;;
"고마워여 아저씨.."
택시안에 들어오니 기사아저씨가 묻는다.
"허허..간신히 차세웠어여..근데 어디를 가시는데 여기서 택시를 잡져?"
"에구구..아저씨 울남편이여.. 차를타나 산을타나
길못찾고 헤메는건 똑같은거있져..중심상가가려고 했는데
산에서 길을 잃고그만 정 반대길로 나와버렸어여.."
ㅍㅎㅎㅎㅎ
기사아저씨도 ..합승한 아줌마도 소리내어 웃는다..
우리남푠 멋적게 웃으며 하는말..
"저산 보기보단 꽤크네여,,"- -;;
이기이기..무신 망신이래여..
저런 아파트앞 코딱지만한 산에서도 헤메다니원..
설악산이 아니 남산이 웃겠네..ㅋㅋ
여러분!!
길눈 어두운 남자하고는 네버!!네버!!
절대로 함께 산오르지 맙시당!!!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