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음악만 남은 "노팅힐"
She~~~
올 봄에 새로 사귄 친구가 어느 화창한 날 이 노래를 선물로 보내주더군요.
"She~~~"로 시작하는 한없이 부드러운 이 음악.
그때부터 나는 '노팅힐'을 보기 위해 혈안을 올렸습니다.
뭐, 진짜 혈안을 올린 것은 아니고 언제든 꼭 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 생각은 그 때의 그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난 후 가을이 막 시작한 얼마전에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봤습니다...
그런데, 뭘 본걸까요?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진심일 것 같은 착한 남자 '휴 그랜트'
아무리 입이 커도 하나도 징그럽지 않은 여자 '줄리아 로버츠'
줄거리는 다 아시죠?
줄리아 로버츠는 영화 속에서도 최고의 영화배우 스타로 나오고 휴 그랜트는 영국 노팅힐의 쪼매난 여행 서적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이 쪼매난 여행 서적 서점에 오면서 시작되는 역사..............
사실, 줄거리야 뻔할 '뻔'자이지만, 전 속으론 얼마나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누구라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두 배우가 열연을 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절 이토록 이 영화에 집착하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이 영화의 주제곡, 'She~~"때문이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이 음악이 좀 부드럽습니까?
가만히 눈 감고 들으면 영화를 보지 않아도 마치 내가 줄리아 로버츠라도, 휴 그랜트라도 된 듯한 착각을 들게 하지 않습니까?
영어라서 가사가 뭔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She~~"라는 제목을 보면 어쨌든 그녀를 몹시 사랑한다는 내용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죠.
이 꿈결같은 노래를, 가만히 있어도 설레이는 봄날 내내 듣고도 질리지 않은채 여전히 듣고 있으니 내용은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영화 역시 아름다웠죠.
쳐진 눈썹이 깜빡일 때마다 '저 남자가 내 남자였으면...'하게 하는 휴 그랜트와 뭘 입어도 탄성이 내질러지게 하는 줄리아 로버츠가 한 번씩 웃을 때마다 고장난 티비가 다 맑아지는 것만 같았으니까요.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이 영화가 심심하게만 느껴졌을까요?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조우하는 것도, 커피를 쏟아 그의 집에서 옷을 정리하는 것도, 그녀가 다시 찾아 오는 것도, 그 둘이 불타는 밤을 보내는 것도...그녀가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둘이 시상식에 들어가는 것도...관객으로서 감정에 동화가 되지 않고 열심히 연기하는 것만 눈에 들어오니....이걸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하나요?
나에겐 꿈에라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서 그러나?
혹시라도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해도 휴 그랜트처럼 잘 생기지 않았거나, 줄리아 로버츠처럼 예쁘지 않으면 빗껴나갈 것만 같은 기분은,...괜한 내 심술인가요?
아니면, 영화 속 같은 일은 정말이지 천만만만분의 일, 그야말로 꿈일 수 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일까요?
지금도 내가 끼고 있는 헤드폰에서는 "She~~"라고 외치는데, 노래를 선물로 준 친구도 사라지고 영화내용도 꿈처럼 다 사라져버렸으니...쩝...쉬나 누고 잠이나 자야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