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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23) *한다발의 국화가 .....*


BY 쟈스민 2001-09-18

세월의 빠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언제나 떠밀리듯 살아냅니다.

하루중의 가장 쓸쓸한 때는
계속하여 시계를 보아야 하는 때이고
시간에 맞추어 밥을 먹고
시간에 맞추어 움직여야 하는 일입니다.

마음가는 대로 그리 살면 정녕
안되는 걸까?
살다보면 문득 문득
아무곳에도 메어 있지 않은
순수한 자연인으로서 자신을 바라다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존재로서가 아닌
그 누구도 아닌
그냥 나로서 살고 싶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해질녘에 집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서는
낯선 어둠이 나를 쓸쓸하게 합니다.
사람사는 집에서는 그저 밥냄새가 구수하게
나야 하는 건데......
내가 조금이라도 늦는 날엔
썰렁한 부엌만이 나를 맞아 주고 있을 뿐이니.....

나는 어느새 또 무엇이 되어야만 한다는 게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저물어가는 저녁에도 시계를 연신 보아가며
아이들의 저녁 끼니를 마련해 주어야 하고
머리속엔 항상 일정표가 끼워져 그렇게 살아갑니다.

일을 하는 엄마라고 해서 살림을 소홀히 할 수는
없기에 늘 마음만 바쁘게 살고 있지요.

때로는 남편에게 약간은 기대면서 예쁘게 살림만
하고 사는 아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그려보기도 하지요.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현실이
분명이 있을거라는 생각 .....
내가 다 알지못하는 나는 아마도 그걸 감내해 낼
자신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들이
이 시간까지
수도 없이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하여 늘 허둥거리며 살아가는
내가 쓸쓸하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날에
나를 버려두고 떠나고 싶음이 분명 내 안에서 일고
있음에도
현실은 이런 나를 가장하고 아무일 없는 듯이 살아내기를
바라고 있는 듯 합니다.

마음을 비워두고 살자고 한없이 내 자신에게 이야기 하면서도
끝끝내 떨구어내지 못하고 부여잡고 살아내야 하는 건 또
무슨의미일런지요.....

나의 욕심 때문에 나를 가두며 그리 살고 있지는 않는지
그런 마음이 드는 시간엔
어김없이 나는 쓸쓸함을 느끼곤 합니다.

가을을 느끼고 싶어서 .....

옛날 우리네 어른들이 쓰시던 "시루" 비슷하게 생긴
화분에다가 소국을 소담하게 심어 베란다 한켠에 놓았습니다.

고개를 빳빳이 치켜세우고 살아있음을 외쳐댑니다.

코끝으로 스치는 향기가
나의 이런 쓸쓸함을 조금은 달래어 주고 있었지요.

뿌리를 내리고 있어 생명이 있는 꽃을 좋아합니다.

그네들의 살아 있음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 그렇고
이렇게 살다가 문득 문득 쓸쓸함이 일때
나에게 위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일 테지요

이 가을엔
국화향이 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소박하지만
오랜 시간 여운으로 남는
살아있음을 함께 하고 싶어지는
그런 한다발의 국화향을 전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 지고 싶어집니다.

한다발의 국화가
살아감을 함께 느껴 보자고
이 계절의 쓸쓸함에
젖어들고 있는 나에게로 왔습니다.

이젠 그만 그 쓸쓸함의 자락을 걷어내야
할 시간인가 봅니다.

아름다운 가을을 당당하게
노래해야 할까봐요.

그것으로 내가 가장 나답게 되어지는
그런 시간을 살아내는 게 될 수 있을까요?

한다발의 국화가
쓸쓸함이 일고 있는 내 맘을
잘 다독여 주는
9월입니다.

가는 9월이 아쉬워서
몇번이나 뒤돌아 보아야 했지만
끝내 그들은 나를 외면하고 맙니다.

가버린 그들을 아쉬워 하기 보다는
다가서는 새로운 이들을 맞기 위하여
좋은 생각만 하는

9월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