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사촌 여동생과 하얗게 물든 밤길을 걸었어.
도시였지만 고향산천인듯 착각에 빠지기도 했어.
이종사촌 여동생은 같은 고향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어린날의 기억들이 비슷해서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았어.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에다가 꽃도 만들었어.
발자국으로 한 송이씩 꽃을 그렸지.
머리위로 눈이 하얗게 쌓이고, 나무에도 하얀솜을 올려 놓은
듯 했고, 차 지붕위에도 그렇게 눈이 쌓여 있었어.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고 우리도 하나씩 나이가 보태지고
있었지만 마음은 어느덧 3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내려올 줄을 몰랐지.
이모들과 만나 윷놀이도 하고,집이 흔들리도록 웃기도하고...
여동생과 우리집으로 오면서, 눈을 가득 이고 있는
사철나무잎을 털어주기도 하고, 눈 밟는 소리가 좋아 걷는 것이
신났었어. 이미 우리에겐 젊은모습은 찾아 볼 수는 없었지만
가슴은 그리운 기억과 순박했던 추억으로 새 날을 맞이했어.
나이가 한 살 더 먹는다는 것도,
시간이 무게도 없이 나를 힘겹게 해도,
세월이 이리저리 허무함으로 흔들려도,
행복은 먼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행복은 작은곳에도 충분히 있다는 것을,
나이가 하나씩 보태져 가면서 더 잘 알게 되었어.
새해에도 하얗게 눈이 나를 감싸주었어.
이모들은 도로가 미끄러워서 서울까지 어떻게 가냐고
걱정을 했지만,
아직 젊은 우리는 눈 길을 걸으며,
고향겨울을 이야기하며....
뽀들뽀득 눈길을 마냥 걸었어.
연두빛으로 변한 아지트의 방.
새 공책을 마련한 듯 기분이 신선하네요.
연두빛의 백지공책.
그 곳에 많은 사연과 많은 수다를 풀어 놓아야겠어요.
모두들 새 일기장을 선물 받아서 좋죠?.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