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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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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승부...


BY 올리비아 2001-09-08

엊그제 남편과 대형마트에 갔다.

천하 여장군처럼 앞에서 두팔 양 겨드랑이속에 턱낀채
목 쭉~ 뺀 모습으로 이곳저곳 둘러보는 내뒤론 우리신랑

가이드인지 지게꾼인지 내 뒤를 졸졸 따라 오면서
나의 간택받은 물건 능숙한 솜씨로 주어담는 모습이
그의 오랜 쇼핑경력을 자랑하는듯 해 보였다...ㅎㅎ

"어머..갈치가 세일 하나보네.."
마침 생선파는 곳에선 갈치가 두마리 오천원이라며
세일을 하고있었고 난 많은 사람들속에 목빼고 들어가

"아저씨..저도 네마리 주세여.."
"네..세일중이라 손질은 안해드립니다.."
......잠시고민중.....

"그만둬라..너 집에서 손질할 수 있겠어??"
(엥..날 뭘로 보는겨..칫!!)
"아저씨 주세여.."
순간 울신랑 나를 기특한(?) 눈빛으로 쳐다보는걸 애써 외면한다..ㅋㅋ

오늘 일찍 어젯밤에 사온 갈치를 슬슬 손질해 볼까하고
주방에 가서는 냉장고에서 갈치봉지를 턱 꺼내들자..
갑자기 어제의 기세와 달리 자신감이 슬슬 없어진다..

어제 얼음위에 누워있던 그 갈치가 이 갈치맞남?

으흐..근데 어제는 분명 작게만 보이던 갈치의 몸이
하루밤 사이에 왜케 커 보이는겨~ (열 받았나..)
겁나게스리.. 쩝..

어쨌든간 내 느이들하고 오늘 본의아니게
한판승부를 꼭 해야 되느니....

자..우선..도마 펼치고.. 칼을 고르고..
갈치 네마리 좌악 도마위에 ?똑耽?나니 갑자기 보이지 않게
내눈이 갈치 눈만큼 커져감과 동시에 맥박수가 빨라져 온다..왜그러쥐..

클났다..흑흑..도저히.. 토막을.. 칠수가.. 없을것 같다..ㅠ.ㅠ;;

문득 시집오기 전에 엄마가 내게 한 말들이 비수처럼 와닿는다.
생선을 사오신 엄마는 나보고 씻어 놓으라하고
외출을 하셨는데 난 그 생선을 씻을수가 없었다.

미끌미끌한게 어찌나 징그럽던지 두눈 부릎 뜬
생선 대가리를 보면 그만 겁이 나서리 만질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걸 본 울엄마 너 시집가면 신랑 생선은 어떻게 해줄거냐며
한심해하며 혀차던 기억이..ㅠ.ㅠ;;

하지만 다행히 요즘은 갖은생선 모두 다듬어서
소금까지 쳐주니 이얼마나 다행이것만 이렇게

어제 같은 날처럼 겁없이 세일이라는 말에 현혹되서리
손질 안해준 갈치 네마리를 모셔놓고 지금 이렇게 목하 고민중인 것이다.

'아무래도 안 돼겠어..남편오면 해달라고 해야쥐.잔소리해도 할수없지뭐'

하고 다시 냉동실에 탁 넣어두고는..
가만..아무래도 이건 아니쥐..싶다..

울신랑 해 달라면 해 주겠지만서두..
하면서 또 을~매나 잔소리를 할까나..
그렇잖아도 사지 말라고 한 사람인데..쩝..에구 안돼겠다..

마음 독하게 먹고 도마위에 다시 갈치와 다시 한판승부를 벌일수 밖에..

다시 꺼낸 갈치들의 표정이 귀찮다는듯한 모습으로
도마위에서 날 째려 보고 있지 않은가..
으흐..그렇잖아도 무서버 죽겄는데 왜케 노려보고 그래..우쉬..- -;;

흠...녀석들 표정 자세히 들여다보니 과관도 아니네.

번쩍거리는 저 도도한 은빛 갑옷..
바다를 가로 질렀던 힘찬 저 기다란 몸통..
날카로운 아가리와 튀어 나올듯한 저 눈알..

그런데 왜그리 생선들은 눈을 부릎뜨고 죽는겨..
눈감고 죽으면 즈이들도 좋고 먹는 우리맘 편해 좋구~ 안그런감.
(한이많아 눈을 못감는가벼..으그..무서버..ㅠ.ㅠ;;;)

하기야 우리가 너희 눈알상태를 보고
신선도를 알아내긴 하니 눈감으면 안돼겠구나..걍 떠있어라..쩝..

흠..자 이만 들여다보고 두눈 질끈감고
칼을 들어 머리..아니 대가리부터 자르자..

헉..흠마마..@@
한마리가 나의 어설픈 힘을 비웃기라도 하듯 쉽게 잘라지지 않은채
몸통에 메달려 있지 않은가..으흐흐... 미치겠당구리..

지금 이곳엔 오로지 나와 갈치뿐이라는 현실을 피할수가 없었다.

119할 사람도 없고 도움을 청할곳은 오로지 칼밖에 없는
이 현실이 어제밤 내 너희들을 간택한 죄가 크구나.....

흐미..
간신히 갈치의 흉칙한 대가리 잘라내니 마음이 훨 가벼워졌다.
깊은안도의 한숨과 번질거리는 비늘 칼로 사삭~ 긁어내고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흉내 내어본다..ㅋㅋ)

벗겨낸 몸통 먹기좋게 토막내어 흐르는물에 깨끗히
씻은후 물기뺀 갈치몸에 소금으로 분칠해주고 냉동실에 탁...ㅋㅋ

어쭈구리..^^
에구 흐뭇해라..

그날저녁 남편과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콜레라가 어쩌구저쩌구..

그걸보며 남편이 하는말
"이럴때 회먹으면 안돼겠다.."

회?? = 생선?? = 갈..치..!!!

문득 뇌리를 스치는 갈치...
"흠..자기야 그래서.. 어제.. 갈치를 세일했나보당.."
"그런가보네.."
"그럼 먹지마??"
"응.버려."
"안돼!!! 내가 그거오늘 다듬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쥐알어??"
"ㅋㅋ 그래그래 너오늘 무지 큰일했다.."
"안돼 ..무슨일있어도 먹어야돼.."
"그래 먹자.."
"익혀먹는건 괜찮을거야.."
"그럴꺼야."

우쉬...
정말 갈등느끼네...
오늘 내가 얼마나 멋진 한판승부를 했는데
그걸 어찌 나가리(헉) 아니 버리란말야,,
그럴순 없는겨....안...돼..ㅠ.ㅠ
꼭 먹어야 돼..그럼..

먹고 콜레라걸리면 8시뉴스,9시뉴스, 마감뉴스 나오면 돼지뭐...

여러분..
갈치먹고 콜레라걸린사람 뉴스에나오면
저 올리비아인줄 아세여..
뒷모습으로 목소리 변조해서 인터뷰할테니 잘봐두십쇼.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