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서울에 반년만에 올라 오셨다.
영등포역에서 만난 엄마는 한달전 여름휴가 때 보다 얼굴이 더 하얀듯
보이고 야간은 살이 빠진듯도 보이고 어쨌든 엄마는 보기만 해도 마냥 좋다. ^_^
영등포역에 엄마를 마중 올 때의 좋은 이유가 늘 이런 맘이 들어 가슴이 따뜻하다.
표를내고 나오는 늙으신 어머니들이나 아버지들 모습에서 그리고 마중나온
나 같은 사람들 모습에서 기다림과 만남의 기쁨을 마음껏 공유 할 수 이쓰닌까.....
엄마가 서울에 올라 오신 이유는 동생 아이 첫 생일 때문이고
겸사로 며칠 쉬었다 가실 계획이다.
동생집에서 약간은 늦은 점심을 먹는데, 식탁에 앉으신 엄마는 숟가락을
들려다 내려 놓으시면서 "오메,기도하고 먹어야 한다드라"
하시며 기도를 하시는거다.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모습 이시다.
여름휴가때 묄 때는 거의 짜증을 내시며 마지못해 성당을 나가시더니..
엄마는 기도 끝나고 쑥스러운듯 웃으시며 "인자는 안 졸고 댕길만 허다" 하신다.
엄마는.....
우리 고향을 물로 바꾸고 장흥읍으로 나와 오빠네랑 합치셨다.
2003년에 댐이 되는 내고향은 엄마께는 전부 였을텐데...
농사를 짓고 자식들 보양 해주고 그 낙으로 사신 분이 이젠 그곳의 집도 땅도 친구분들도 모두 헤어져 읍으로 나오신 거다.
오빠가 스기나무가 쭉쭉 뻗은 곳에 식당을 내고 엄마는 그곳에서
잔일을 도우시며 소일을 하시고 주변에 친구도 없고 오빠네는 카토릭신자이고
엄마가 마음을 굳게 잡수시고 개교를 하신 것이다.
성당에 처음 가실때는 뭔소린지 하나도 모르셨고 졸음만 쏟아지드라고 하셨다.
고로 엄마는 처음에는 이사하신곳도 낯설고 성당도 낯설어 무지 힘들어
하셨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 지신듯......
엄마는......
이젠 농사도 짓지 않으시니 손톱 밑도 깨끗하시고 그 검던 얼굴도
뙤약볕에서 일을 안해서인지 약간은 더 하얀듯 하시고......
그치만 난 그런 엄마가 마음 한켠에 혹 말못할 아픔이나 적응의 힘듬이
있으실까 염려스럽다. 순박하시고 성격급하시고
늘 욕 잘하시고 목소리 크셨던 엄마는 칠순을 눈앞에 두시고는
많이 약해 지신것 같고 오빠네랑 사시면서 부딪 치지 않으시려
양보하고 참는 모습이 이빨 빠진 호랑이 같지만 현실이
어쩔수없음을 안다. 나도 며느리고 딸이닌까...
엄마는..........
성당에 가시면 무슨기도 하실까?
필경 독자인 오빠네 잘 되길 기도 하시겠고, 우리 네딸들이랑 손자손녀들
위한 기도로 시간을 다 보내실 게다. 내 엄마는..............
엄마의 편한듯 하면서 어딘가 외로워 보이시는 얼굴이 내 눈앞에
아른거린다.
물이랑 고향을 바꾸시고 개교도 하시고 혼자편하게 사시다
오빠네랑 합치시고
"와따, 참말로 좋다. 느그 올케가 고기반찬에 생선이랑 맨날 진수성찬에
밥먹으닌까 좋아야. 혼자 먹지 않아 대충 안 먹고.......
그라고 내가 쪼까 참으면 만사형통이다"
여름에 엄마가 하신 말씀이다.
난 그때 아무말도 못하고 "네" 하며 웃어 드렸다.
근데 조금의 여운은 남고 가슴은 아려오고...
내 엄마는...........
갑자기 일 놓고 고향을 떠나 왔지만 오빠랑 사시닌까 그래도 좋으실게다.
그리고 엄마를 끔찍히도 사랑하고 따르는 엄마의 손자가 있고
조금은 마찰이 있는 그래도 좋은 올케언니가 있으닌까...
내 엄마가 서울에 오셔서 이 가을 하늘이 더 많이 푸르고 높아 보인다.
내 엄마가 오셔서 좋다. 기쁘다. 행복하다. ^_^ ^_^ ^_^
처음 썼던 제글 리플 달아 주신 꿈조각님 느티나무님 감사 합니다.
그리고 제글 읽으러 들려 주신 분들도요.....
가을 하늘 만큼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시길..........